경기 침체와 함께 소비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2004년 공연 예술계에 의하면 2003년 대비 20~30%의 입장권 매표가 줄었다고 한다. 경기가 안 좋으면 먼저 기업은 꼭 필요한 비용만 지출하는게 보통의 일인데 그중에서도 광고 예산의 삭감이 제일 먼저라고 한다.
가정에서도 먼저 문화, 여가 소비 등을 줄여 가계의 부담을 더는게 일반가정의 일반적인 현상일 것이다.
요즘 문화시설을 찾는 이들의 수가 부쩍 줄어들고 있다. 문화산업 그중에서도 공연, 전시산업에선 대중적이고 대형화된 공연, 전시만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순수 공연, 전시 등은 점점 사양화 되어가고 문화산업의 위기와 함께 문화시설엔 관객이 없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연주자와 관계가 있는 제자, 학부모, 친지들을 초청하여 연주하는 눈도장공연, 지인들만이 봐주는 공연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을 제외하고 실제로 입장권을 구매하여 공연을 관람하는 순수관객은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또한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업협찬, 광고 등의 섭외가 어렵고 입장권 판매도 부진하여 공연기획자들이 스스로 공연을 포기하는 현실이다.
문화예술향수실태를 조사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연중 무대예술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입장권을 구입하여 관람하는 비율은 3~4%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부끄러운 수치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여 예술가들의 창작 의욕을 꺾고 있다.
특히 사회 저명인사들 중에는 입장권 구입을 부끄러워하고 초대권을 얻어야 권위를 내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예상외로 많다. 공연 기획자 중에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공연의 초대권 요청을 감당치 못하여 아예 공연 예매 기간에 잠적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 대전, 고양, 안산을 비롯하여 서울의 중구, 광진구, 노원구 등 지방자치 단체 등이 새로운 공연장을 짓고 개관을 하였거나 하려고 하고 있다. 문화시설의 개관과 함께 지역 문화예술은 비약적으로 발전을 할 것이다.
문화시설은 새로운 건물 그 자체의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새로운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여 문화 예술가들의 창작욕을 북돋아 더욱 차원 높은 문화 예술 발전을 이룩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개관 행사를 추진하는 문화시설을 보면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 시의원, 구의원, 지역인사, 지역 유지들을 모시기 위해 초대권을 배포하는 일은 적잖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지역 문화시설에서 지역의 소외된 분들을 위해 초청하는 일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저명인사들이 예술가들을 위해 입장권을 사서 관람하면서 ‘우리가 입장권을 사서 공연장을 찾아주지 않으면 누가 우리나라의 예술가들을 보호하겠느냐’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2005년 10월이면 수도권 중심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가칭)성남문화예술회관이 개관하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 국민 모두가 이러한 생각으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질 때라고 본다.
이제 우리도 주 5일 근무제 시행을 맞이하여 주말에는 옷장 속에 보관해둔 가장 멋진 옷을 골라 입고 가족들과 함께 음악회 입장권을 사서 공연장을 찾는 문화적 풍요와 여유가 깃든 삶을 누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종 덕 성남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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