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개발제한구역의 보존과 해제

우리나라에서 개발제한구역 제도는 지난 1971년 7월부터 도입되었다. 이 제도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데 있다.

1970년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대도시 집중을 막기 위한 정책을 펴지만 실효성이 없게 되자, 대통령까지 나서 개발제한구역 지정을 지시하게 된다. 당시 건설부는 개발제한구역 관리규정을 제정하여 도시계획법에 포함시켜 건설부 훈령으로 운영하였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래 1990년 중반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규제완화나 부분적인 보완은 있었으나, 한번도 제도의 골격인 해제란 말은 없었다. 해제문제는 정부 및 학계 등에서 그동안 ‘뜨거운 감자’로 인식되어 논의조차 금기시 되었다.

그동안 금기시 되어왔던 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제가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사항으로 제시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과학적·합리적인 환경평가를 실시하여 보존가치가 없는 지역은 해제하고 보존이 필요한 곳은 국가가 매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곧이어 정부는 2000년부터 대규모와 중규모로 구분하여 해제작업에 들어갔다.

구리시의 경우 대규모 해제는 갈매동 담터와 교문동 딸기원에 16만4천평이 2001년 10월 해제되어 주민불편을 해소하였고, 현재 이 지역에 대해 토지이용과 도시기반시설 및 건축물에 대한 일체적이고 효율적인 도시관리를 도모하고자 지구단위계획수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중규모로는 갈매동 도촌마을 등 12개 자연부락의 28만9천492평이 2001년 9월부터 해제절차를 거쳐 지난 2004년 9월 24일 입안권자인 경기도에 승인신청 하였고, 현재 심의 중으로 순조로울 경우 금년 6월 해제 전망이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업무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동안 두 번에 걸친 해제업무를 추진하면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민원 해결에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해제지역으로 편입을 기대했다가 제외되는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설득하는 일은 상상하기 조차 싫은 일이다.

개발제한구역내에서 불법사항이 발생하게 되면 담당공무원은 법에서 정한 순서에 따라 시정명령~계고~고발로 이어지는 절차를 이행한다. 그러면 그 중 일부 주민은 어금니 깨물고 상기된 표정으로 시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시장과 면담을 하자는 것이다. 말이 면담이지 민원인의 화풀이 마당이다. 시장과 담당 공무원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그러한 주민에게 대화와 설득으로 이해와 납득을 시켜 겨우 돌려보낸다. 하지만 작은 일을 해결했다는 성취감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 마음은 더욱 허전하고 공허하다.

개발제한구역의 보존과 해제 업무는 법과 규정에 의한 법정(法定) 사무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제문제다. 경제세계에서는 한 가지 이익이나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다른 이익이나 가치를 반드시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마련이다.

정부는 개발제한구역을 관리하면서 해제하자니 자연환경 보존이라는 명분(名分)을 내세우는 환경단체의 눈치를 보고, 보존하자니 지역주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 개발제한구역의 보존은 명분(名分)이고, 해제는 실리(實利)이다. 해제 업무를 추진하면서 환경단체는 명분을 확보해야 되고, 지역주민은 실리를 챙겨야 한다.

세계화 다원화 시대에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게 불가피한 과제이며, 이 둘은 함께 가는 게 바람직하다. 따라서 개발제한구역을 보존하고 해제하는데 있어 명분과 실리를 다 살리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현실성 있는 새로운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유구한 국토자원을 보존하고 이용하는 데 후세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선택을 위해서는 정부도 주민도 환경단체도 한 발씩 물러서서 양보하여야 한다.

바로 이점에서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이라는 목표 하에서 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주민생활 불편해소와 여가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이 무 성 구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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