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산업구조와 노노(勞勞)갈등

IMF 환란(換亂)이 오히려 한국경제를 살렸다면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할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대뜸 반문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은 60년대의 산업화추진 이래 줄곧 무역적자를 내다가 87~89년 3저(저임금, 저금리, 저유가)에 힘입어 처음으로 흑자를 낸후 97년 IMF환란 때까지 줄곧 무역적자를 기록해왔다.

그런데 IMF 위기 이후부터 무역흑자행진이 계속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IMF위기이후 국민들이 정신을 차리고 DJ정부가 환란을 잘 극복한 탓일까. 천만에도 그 답은 오직 하나 수출기업들의 애국적(愛國的)노력과 환율인상(換率引上) 덕인 것이다.

통계로 보면 1971년부터 2004년 말 현재까지 약 590억달러의 무역누적흑자를 나타내고 있는데 작년 한해에 약 30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기전자산업은 90년대 초반부터 흑자(黑字) 기조로 전환되기 시작했지만 큰 폭의 흑자행진은 IMF이후부터 본격화 되었고, 기계산업의 흑자행진은 순전히 IMF 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무튼 지난 40여 년 간의 산업화 결실이 흑자라니 대단한 위업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동안 먹고 살면서 흑자(黑子)까지 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 아닌가.

그간 한국의 대기업들은 제품설계역량(製品設計力量)과 세계생산기지(世界生産基地)로서의 양산(量産)능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수요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기위해 일본으로부터 조기에 핵심부품·소재를 들여와 생산·수출해 약 600억달러의 무역흑자국이 되게하는 주역이 되었고 그리고 그건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자족할 수 없는 측면은 국내부품·소재산업의 취약성으로 대일기술종속(?)굴레가 굳어지게 되었고 그래서 대일누적적자(對日累積赤字)가 2천450억달러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제 이대로 그냥 간다면 우리의 무역누적흑자가 1천억달러가 될 때, 대일무역 누적적자는 아마도 3천~3천5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다. 이와같이 대기업과 부품·소재산업간의 파행적 산업구조는 무역흑자국이면서도 대일 기술종속(?)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조립메이커(대기업)에 종사하는 약 12% 정도의 노동자들로 하여금 비교적 단순노동을 하면서도 보다 투쟁이 용이한 노동여건에 힘입어 노동귀족으로 불릴 정도의 엄청난 고소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또 취직장사로 재미를 볼 수 있는 노조비리(勞組非理)의 풍토까지도 조장하기에 이르렀다. 반면에 부품·소재를 다루는 중소기업들은 더욱 핍진(乏盡)해지고 거기 종사하는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반(半)도 안 되는 문자 그대로 노노착취(勞勞搾取)(?)의 구조가 굳어지게 되었다.

내일을 살기위한 신 성장동력(成長動力)을 마련키 위해 새로운 산업을 발굴함과 더불어 부품·소재산업을 획기적으로 키워야하는 당위(當爲)는 노노갈등의 해소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산업구조의 고도화의 견지에서, 대일관계의 호혜적 관계정립을 위해서, 그리고 2만 달러 달성의 핵심동력확보를 위해서 대단히 절실하다.

요컨대 부품·소재산업의 선진화는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갈릴 때마다 의례적으로 외쳐대는 정치적 구호로서가 아니라 정부 유관부서 CEO들과 특히 국가경영 CEO가 강하고도 확고한 의지로 기업CEO들을 독려하면서 국민적 에너지를 응집시켜 이뤄야할 최급선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과거를 밝히는 ‘일제강점하에서의 과거사 규명’과는 달리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의 위상을 좌우할 전략적 현안이기 때문이다.

/김 인 호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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