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카페/천상병 그리고 의정부

시인 천상병이 수락산 자락 끄트머리 장암동에서 말년을 보낸 것은 의정부로서는 행운이다. 그리고 천시인의 시와 삶을 관현악곡과 무용극으로 만든데 이어 올해 연극 ‘소풍’을 선보일 수 있는 것 역시 나로서는 행운임에 틀림없다. 지역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혹은 전래 설화나 민요 등을 소재로 하는 무대는 지역 주민에게 연대의식을 갖게 하고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금 나는 일생 중 가장 소중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살아온 모습이 전혀 다르기에 실제로는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혹시 하늘에서 천 시인을 만나게 되면 의정부로의 소풍은 정말 아름다웠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살아생전에 유고시집이 발간되었고, 시보다는 많은 기행으로 알려진 시인 천상병-그는 만나는 지인들로부터 거둔 세금으로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에 행복을 만끽하는 영원히 소박한 청년이었다. 그가 하늘로 돌아간 지도 어언 10여년이 흘렀건만,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안목, 삶을 초월한 관조의 눈을 담고 있는 초기 서정시부터 우주의 근원, 죽음과 피안, 차가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후기 생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은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누리고 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천상병 시인의 의미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자기 몫을 챙기느라 정의 앞에서도 쉽게 고개를 숙여버리는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그는 평화와 자유 그리고 인정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실천하며 살았다.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이나 직장인 모두에게 작금의 세태는 어지럽고 던적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이런저런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순진무구한 그의 시혼과 삶의 역정을 통해 나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기 위해 천상병을 무대화하는 일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는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면서 맑게, 밝게, 아름답게 살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반복한다.

엊그제 막을 올린 천상병 연극 ‘소풍’을 본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연극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무대라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일부 연출가와 평론가들은 그를 너무 교훈적으로 그리고 있어 감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박한 현실을 고단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작은 위안을 안겨주며, 진정한 삶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모자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고정 레퍼토리로 정착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많은 사람들에게 천상병 따라하기란 결코 쉽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바람은 소리 없이 이는데 / 이 하늘, 저 하늘의 / 순수균형을 / 그토록 순수히 지탱하는 새 한 마리”의 시선을 가끔 돌아볼 필요는 있다.

/구 자 흥 의정부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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