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주택시장 안정과 분양가격

최근 판교신도시의 분양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2003년 10·29조치이후 안정세를 보였던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연일 부동산시장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발단이 공공택지의 채권입찰제 분양에 따른 건설업체의 아파트분양가 인상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국가경제의 규모가 커졌고 이에 따른 물가상승을 고려한 적정 분양가 인상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당연히 신규주택을 건설하는데 드는 인건비, 자재비용과 토지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분양가의 상승은 누구나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제품이 성능과 품질이 향상되었으니 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시장경제에서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주택은 시장경제를 이루는 일반재화와는 달리 위치적 고정성, 유일성과 같은 부동산의 특수한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생활의 필수요소인 의·식·주중 하나로서 어느 정도 공공재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사실 전국평균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공공재로의 의미는 많이 저하됐지만 주택가격의 급등은 아직도 집이 없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한다는 점에서 정부에서도 주택시장의 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선정한 배경이 아닐까 한다.

과거 우리의 주택시장은 두 가지의 중요한 경험을 한 바 있다. 우선 199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주택가격의 안정기를 경험했다.

이 당시 주택시장의 안정은 단순하게 보면 수도권 5개 신도시 건설이라는 200만호의 신규주택의 공급결과라고 볼 수 있지만 실제 이유중 하나는 신규주택의 분양가격을 국가가 규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당시 정부도 주택시장의 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삼아 신도시건설을 추진했지만 평당분양가를 143만원으로 규제하고 있어 비록 서울의 외곽에 위치한 열악한 입지조건이긴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나 주택마련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가능케 했고 최신 주택이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되자 기존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못하고 주택시장은 안정기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IMF구제금융이라는 상황 하에서 건설경기의 추락을 막기 위해 실시한 분양가의 완전자율화는 신규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했으며 심지어 공공택지개발사업지구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마저 분양가가 상승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례로 분당과 인접한 죽전지역의 아파트 분양이 시작될 초기에는 최신식 빌트인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분양가가 거의 분당의 기존아파트 수준에 달하였으나 입주시기가 다가오자 이에 영향을 받은 기존분당신도시의 아파트까지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건설업체의 과다한 분양가 산정을 문제 삼아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이유중 하나가 분양가 상승이 신규주택은 물론 기존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서민들의 주택마련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사례에 비춰볼 때 주택시장의 안정은 단순히 공급만을 확대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특히 신규주택의 분양가가 기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명확한 만큼 주택정책에서 중요하게 검토돼야 할 사항이다. 특히 공공택지개발사업의 시행목적이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주택공급이라는 점에서 공공택지개발사업지구내의 분양가격에 대한 정부의 관여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용 범 토지공사 국토정보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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