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요즘 환경을 보전하자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환경문제를 거론할 때 파단의 기준으로 삼는 잣대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갯벌을 막아 농토로 만들고 빗물이 그냥 바다로 흘러가기 전에 일단 막아서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한 뒤에 바다로 흘러가게 하고 그 동안 줄어왔고 앞으로도 줄어들게 될 통토를 일부라도 보충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해온 새만금 사업 같은 것에 대해 갯벌의 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극력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이 갯벌이 됐든 어디가 됐든 생태계를 보전하자는 주장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수천 년 동안 우리를 먹여 살려온 논에 아파트를 짓는 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논에도 갯벌 못지않게 풍부하고 다양한 생태계가 있다. 특히 우리의 젖줄인 쌀이 거기에서 생산된다. 이 훌륭한 생태계를 아파트로 대체하는 것은 철저한 생태계 파괴다.
그 뿐 아니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석회암을 파내고 부수고, 가공하고 운반해야 한다. 각 단계마다에 환경을 파괴하거나 환경의 질을 낮게 하는 요인들이 끼어든다. 백두대간을 허무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시멘트를 얻기 위해 석회암을 파내고 운반하는 일이다.
아파트에 사는 이들의 행동도 환경의 질을 낮게 한다. 집안의 열기를 에어컨이라는 장치를 써서 거리로 담아내고, 생활 쓰레기와 분뇨를 집중적으로 발생시켜 그것을 환경의 자연정화능력을 통해 처리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뿐인가. 아니다. 아파트가 낡아졌을 때도 큰 문제가 된다. 그 때 발생하는 폐기물의 처리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폐기물의 일부는 재활용되겠지만 대부분은 어디엔가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도 쓰레기 버릴 곳이 없어 난처한 터에 90년대와 2010년대에 폭발적으로 세워졌거나 세워질 아파트들의 수명이 다하는 때쯤에는 이 나라는 쓰레기 대란을 겪게 될 것이다.
논에 아파트를 짓고 도시를 만드는 일은 다른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에게 밀과 옥수수와 콩을 우리가 지불하려는 가격에 팔고 있는 나라들이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하리라고 믿는 것은 너무 안일한 판단이다. 미국과 캐나다가 또 중국이 우리에게 곡식을 더 이상 우리가 치르려는 가격에 팔지 않겠다고 변심할 상황은 언제라도 일어 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예견될 때 도시화한 땅을 쌀을 생산할 수 있는 논으로 복원시킬 수 있겠는가. 논에 아파트를 세우는 일이 이처럼 철저하게 생태계를 파괴하고 환경의 질을 낮추는 일일뿐 아니라 우리의 식량안보 대한 위험이 될 수 있는데도 이 문제에 대해 언론의 이목을 끌만큼 심각하게 거론하는 환경론자들이 별로 없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아파트는 예전의 주택에 비해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아파트를 짓는 데에 따르는 폐단이 여러 가지 있을지라도 그것을 지적하는 이도 별로 없는 가운데 아파트는 짓는 족족 팔리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럴지라도 우리는 조심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도 짓고 도시도 만들되 그것을 절도(節度)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새만금 사업 같은 것이 비록 갯벌의 생태계를 불가피하게 교란하는 면을 내포하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내륙에서 크게 줄어든 농토의 일부만이라도 갯벌이라도 막아 보충하려는 앞을 내다보고 하는 사업의 당위성도 인정 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자기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논리의 이중(二重) 잣대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할 것이다.
/홍 종 운 토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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