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위적인 질서를 중요시하는 규범의 법 그 자체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인간의 행위를 규율한다는 규범적인 성격에 대하여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법은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개인 상호간 이익의 조화를 통하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모색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동시에 가치 지향적이다. 따라서 법은 그 고귀한 가치를 지닐 수 있기 위하여 정의와 평등이라는 절대적 전제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만이 그 진정한 모습이 현출되는 것이며 이것이 결여되는 그 순간 법은 그 가치가 상실되면서 상상할 수도 없는 혹은 상상하기 조차 싫은 폭력과 억압으로 국민을 대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안양 벽산로 노점상을 강제철거한 안양시의 대집행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인가라는 그 근원적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안양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벽산로의 노점은 특별한 곳이다. 그곳은 안양 산업발전에 기여한 근로자들의 배고픔을 해결하여 주었던 어찌 보면 산업도시로 발전한 안양시의 모태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곳을 지나는 불편함 조차도 사랑하면서 향수에 젖어드는 그런 풍물거리로 그곳은 거의 30여 년간을 지자체에서 보호하고 관리하면서 아껴주어 오늘에 이른 곳이기도 하다.
그런 이곳이 어느 날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지자체장에게 ‘흉물’로 보여 진 것이다. 시민들이 안양에 문화거리로 이곳을 보존하겠다는 의지와 팽팽히 맞서버린 것이다. 시민들은 즉시 지자체장의 철거의지에 불복하여 법원에 철거취소를 청구하고 계고장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나 지자체장은 이러한 시민들의 행위가 권위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소송목적물인 노점상들의 가판대 및 물건을 모두 없애버려서 시민들의 소송을 불허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새벽 2시경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 몰래 집행영장을 붙이고 사진을 찍어서 근거를 남긴 후, 저항하는 시민들을 감금하고 그들에게 포말소화기를 뿌리면서 물건들을 모두 압수하여갔다. 1천여명의 용역회사 직원을 사용한 한 밤의 전쟁터를 상상케 하는 대집행에 시민들의 분노를 그 인내력의 한계에 달하게 하였다. 단 두어 시간 만에 시민의 생존권을 힘으로 탈취한 것이다.
끊임없이 시장의 사과와 면담을 요청하는 시민들을 피하다 시민들에게 잡힌 시장은 드디어 시민들에게 면담시간을 써준 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작성하여 준 면담시간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군색한 시장의 주장에 연민의 정마저 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나는 트럭을 타고 황급히 달아나는 시장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성숙된 법치국가의 국민이었던가 하는 의구심이 다시 일었다. 군정시대에도 보호되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터전이 일개 지자체장의 의지로 흉물로 변하여 공권력이 휘둘러진 이 현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사법부를 위협하는 듯한 지율스님의 단식을 못마땅해 하였던 그 순간이 떠오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지율스님의 단식을 필요로 하는 사회임을 확인하였다. 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하는 공무원들의 법집행이 왜 그리도 폭력적이고 비겁하였는가. 대화를 원치 않는 지자체장, 시민의 의사를 모두 무시한 지자체장의 공권력 남용,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소송목적물을 없애버림으로써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와 저항권을 밟아버리는 지자체장의 횡포를 누가 막을 것인가. 시민들에게 극도의 저항권을 행사하는 길만을 열어 놓은 이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개인의 권력을 위하여 사용된 공권력은 법의 가치를 상실시켰고,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현실을 우리에게 확인시키고 있는 상상할 수도 없는 혹은 상상하기 조차 싫은 폭력과 억압의 폭정을 똑똑히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진정한 법운용에 대한 아무런 의식이 없는 단체장에게 공권력을 맡기는 것은 망나니에게 칼을 주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이제 안양시민들뿐만 아니라 질서와 규범을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에 의하여 안양 노점상 철거는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현실을 바라보아야 하는 순간이 되어 이 화사한 봄날을 어둡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 옥 자 법제자리찾기 시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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