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우리나라 산의 흙이 전보다 더 산성(酸性)으로 변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그 이유를 우리나라에 내리는 빗물이 점점 더 산성으로 변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기회에 산성인 흙이 어떻게 생기게 되는지를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논밭의 흙이 산성인 것이 그 동안 화학비료를 많이 주어왔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여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누군가 토양의 성질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이가 발설(發說)한 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게 된 것 같다. 지구 전체를 살펴보면 산성인 흙이 많은 곳도 있고 알칼리성인 흙이 많은 곳도 있다. 그런데 산성인 흙이나 알칼리성인 흙이 여기저기 아무데나 생기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일정한 원칙이 있다. 대체로 비가 많이 오는 곳에서는 흙이 산성이 되고 비가 적게 오고 기온이 높은 곳에서는 흙이 알칼리성이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비를 통해 흙에 들어가는 물의 양이 흙의 표면과 식물을 통해 소비되는 양보다 많은 곳에는 산성인 흙이 생기고 비가 어느 정도 내리더라도 기온이 높아 흙에 들어간 물이 증발되기 쉬운 곳에는 알칼리성인 흙이 생긴다. 이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비가 많이 와서 빗물이 흙을 거쳐 땅 속으로 많이 내려갈 수 있는 곳에서는 흙이 산성이 된다는 뜻이다. 즉 흙이 빗물에 씻길 수 있는 곳에서는 산성인 흙이 생긴다는 뜻이다. 흙이 빗물에 씻기면 왜 산성이 될까.
그 이유는 빗물이 산성이기 때문이다. 빗물은 왜 산성이 되는가. 공기에 들어 있는 탄산가스 때문이다. 탄산가스는 물에 녹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탄산가스가 물에 녹으면 물이 산성으로 변한다. 순수한 물의 pH(수소이온농도) 값은 7(중성)이지만 빗물은 pH 값이 대개 5.4 정도로 산성이다. 따라서 비가 많이 오는 곳에 있는 흙은 산성인 물로 계속 씻겨지는 셈이다. 그러니 흙이 산성으로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 해 전체로 따지면 비가 그리 많이 오는 편은 아니나, 비가 여름에 몰려서 오기 때문에 여름 동안에 흙을 빗물로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산성인 흙이 많다. 산에도 밭에도 논에도 산성인 흙이 많다.
이번에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것을 보면 산의 흙이 농지의 흙보다 더 산성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산에 있는 흙의 pH 값은 5 또는 그 이하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지 흙의 pH 값은 대개 5.5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농지에는 오랫 동안 비료를 써왔기 때문에 그 흙이 심하게 산성화됐을 것이라고 여겨온 것은 옳지 않음이 드러난 셈이다. 그동안 비료를 별로 준 적이 없는 산의 흙이 비료를 많이 주어온 농지의 흙보다 더 산성인 것으로 드러났으니 말이다.
비료는 적절히 쓰면 농지의 흙을 산성화하지도 않고 흙을 죽게 하지도 않는다. 사실은 국토의 산성화를 막으려면 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와 자동차에서 나오는 가스에 산성물질이 덜 들어 있도록 더 잘 단속하고 화석연료를 되도록 덜 태우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 홍 종 운 토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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