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전하고 맛있는 농산물 고르기

7월까지는 온도가 높고 맑은 날이 계속된 탓에 농작물의 생육이 좋아 농민들이 즐거워 했다.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9월 날씨가 참으로 중요하다.

이때 맑은 날이 많아야 열매와 뿌리가 통통해지고 외형도 반질반질해져 상품가치가 높아지고 수량도 늘어난다.

그런데 8월 들어서 비가 자주 내렸다. 수원기상대의 자료를 검토해보니 수원지역에 지난달 25일까지 16일간이나 비가 내렸다.

이렇게 비가 자주 내리고 흐린 날이 많으면 습기가 많고 온도가 낮아 농작물이 연약하게 자라서 병해와 충해가 많이 발생한다.

특히 노지재배에서는 더욱 더 병해와 충해가 많이 발생한다. 올 봄에 사무실 앞 공터 400여 평에 토마토·고추·오이·가지·호박 등을 멀칭 및 노지에 심었더니 고추·오이의 탄저병 등 병해와 벌레 발생이 많아 품질이 떨어지고 수확량도 줄었다.

이와 같이 비가 자주 내리거나 흐린 날씨 속에서 노지재배를 하는 농민은 노력과 비용이 더 들어가는데다 농산물의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수확량도 줄어들어 이중고에 시달린다. 농산물의 품질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안타깝고 걱정이 된다.

그러나 시장 또는 백화점 등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에 가보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런 환경적인 요인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다반사다.

소비자는 우선 외형이 반질반질하고 벌레 먹은 흔적이 없고 깨끗하며 짙은 푸른색을 띠는 농산물을 선호하는 것 같다. 벌레가 먹거나 외형이 볼품없는 농산물은 기피한다.

지난 일요일 아내와 함께 인근 대형할인마트에 가서 판매장을 들러 보았다. 여름철이라 다양한 농산물들이 진열돼 있었다.

휴일이었던 탓에 고객들로 북적거렸으며 많은 농산물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일반채소류코너에 가서 우리가 구입하고자 하는 농산물인 열무를 찾았다. 깨끗하고 반질반질하며 웃자라고 짙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는데 가격이 싼 편이었다. 그 코너에는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아내에게 이 열무는 화학비료를 주고 농약도 자주 살포해 농약이 잔류될 가능성이 높고 얼갈이(어린배추) 고유의 맛이 없어 우수한 농산물이 아니라고 설명해 줬다.

그리고 친환경인증농산물코너로 가보았더니 열무는 없고 얼갈이가 진열돼 있었는데, 벌레가 먹은 흔적이 많고 잎도 거칠고 옅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이렇게 볼품이 없는데다 가격도 비싸 찾는 소비자가 적었다. 아내에게 요즘과 같이 비가 자주 내리거나 흐린 날씨 속에서는 공기 중에 습도가 많아져 병해와 충해의 발생이 많다보니 이렇게 농산물이 볼품이 없어졌다 했다. 그리고 얼갈이를 사다 김치를 담가서 맛있게 먹고 있다.

우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여름철 비가 자주 내리고 흐린 날이 많은 시기에는 얼갈이·열무·풋고추·깻잎 등을 취약품목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안전성조사를 실시하고 농약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은 대부분 농약을 사용치 않기 때문에 사실 볼품이 없다. 비오는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같은 농산물이 우리에게는 더 안전하다.

또 고유의 맛과 향이 배어 있는 우수한 농산물로 생각되기에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농민들도 더욱 더 농약으로부터 안전하고 고유의 맛과 향이 뛰어난 농산물을 생산하려는 의욕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장 맹 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수원출장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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