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맥아더장군 동상 논란의 긍정적 효과

55년 전에 세계적 전사에 한 획을 그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하여 이곳 인천은 ‘호국간성의 도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 역사적 사건이 없었더라면 과연 우리가 지금의 이러한 자유와 평화 속에서 부강한 나라를 건설할 수 있었는지에 심각한 회의가 드는 것만 보아도 그 작전이 주는 의미가 크다 하겠다. 그 중심에는 그 사건을 진두지휘한 위대한 군인인 맥아더 장군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한반도가 거의 침략자의 손에 거머쥐기 직전에 허리를 잘라서 수도 서울을 회복하기까지에는 악조건인 10m에 가까운 간만의 차를 극복하고 작전을 감행한 지도자의 혜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훌륭한 지도자를 두고서 다른 곳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인천에서 난데없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목숨을 걸고서 구해낸 지휘관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보다는 이미 반세기 전에 시민의 성금으로 세워진 맥아더 장군 동상을 두고서 철거를 해야 한다고 하다가 반론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선 듯 하여 전쟁기념관이나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에 이전을 해야 한다는 언어도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위기를 잘 살리면 기회가 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여도 이를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 나름대로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평소에 인천상륙작전과 웨스트 포인트에 있는 육군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2차 세계대전과 전후 일본 재건에 역사적 공로를 세운 맥아더 장군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근래 동상을 두고 벌어진 사건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로 이번 사건을 통해서 맥아더 장군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었으며 전국적으로 이곳 인천의 자유공원에 맥아더 장군 동상이 시민의 성금으로 세워졌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홍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곳 인천 중구, 동구, 남구 등에 거주하는 시민이나 오랜 인천 토박이가 아니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마당에 인천 아닌 다른 지역 사람이 그 존재를 알기는 거의 어려웠을 것이다. 거금을 들여서 홍보를 한다 하여도 이번 사건을 통해서 알려진 것 보다 그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둘째로 언론이 주도한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동상을 철거하려는 자들을 ‘진보’세력이라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그리하여 동상을 존치하려는 집단을 ‘보수’라고 하여 보수와 진보의 갈등으로 대비하였다. 같은 연장선상이지만 일부에서는 ‘보-혁’대결로 보는 경우도 있었다. 어떻게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고 거스르는 자들을 진보라고 하는가? 이번 기회에 분명한 용어 정립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일에서 보듯이 너무도 분명한 사실을 왜곡하는 집단에 대해서 그간에 아무 여과없이 과분한 호칭을 부여했던 것을 이제부터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아마도 ‘극렬분자’ 라고 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셋째로 이분법을 극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즉 흑백논리식 판단이나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 흔히들 젊은 사람들은 마치 신선하고 개혁적인 것처럼 보면서 장년층 이상은 수구 보수 세력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의 각종 사회적 현상을 보면서 그러한 양분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20대 노인이 있는가 하면 70대 청년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는 나이에 관계없이 얼마나 역사의식을 갖고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지향적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넷째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게 해 준 분에 대한 감사 대신에 배신을 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권 율 정 인천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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