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부자들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어느 때 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경쟁을 통해 돈을 벌고 마음대로 쓰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부자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돈을 버는 과정에서의 정당성과 투명성 문제와 번 돈을 쓰는 행위에 대한 비판이 일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가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노력 없이 부동산 가격의 급등 등으로 많은 졸부들이 탄생했고 정경유착과 같은 불법적인 방법에 의해 재벌이 성장했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국민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번 돈을 얼마나 멋지게 사회발전과 공익을 위해 쓰느냐 인데 이러한 사회적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 지금까지 대부분의 한국부자들이었던 것이다.
Noblesse Oblige(노블리스 오블리제)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프랑스어로 사회적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 지녀야 할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라는 뜻이다. 즉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이라면 일반인들보다도 더 많은 사회적인 책임을 느끼고 사회에 봉사하고 환원해야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정신이 유럽을 한 동안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어 나간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특히 권력을 쥐고 있는 지도층 인사나 돈을 많이 번 부자들의 경우도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모범적으로 행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우리 주변에는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경주 최 부잣집의 경우처럼 돈과 권력을 양분하여 두 개를 다 가지려 하지 않고 한국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행한 부자는 없는 것 같다.
부자이면서도 12대에 걸친 가훈과 엄격한 실천으로 ‘부자 3대 가기 어렵다’는 옛말을 무색케 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12대에 걸친 부잣집 유지에 큰 기둥이 되었던 가훈(육훈:六訓)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니 한번 정리해 보고자한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이상의 벼슬은 하지 말 것. 권력의 맛을 알면 자칫하여 당쟁에 휘말려 삼족을 멸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말로서 욕심을 자제하라는 뜻이다.
둘째,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재산을 지나치게 많이 갖게 되면 주변의 원망을 사게 되니 사회에 환원해 여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뜻이다.
셋째,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말라. 다른 사람이 어려운 틈을 타서 돈을 벌지 말라는 뜻으로 원성을 사지 않는 방법으로 정당하게 돈을 벌라는 뜻이다.
넷째, 과객(지나가는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라. 많은 것을 베풀어 인심을 잃지 말라는 뜻이다.
다섯째,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채우지 말고 사회에 봉사토록 하라는 뜻이다.
여섯째,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게 하라. 철저하게 근검 절약하고 어려운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 시켜서 집안의 근간이 무너지지 않게 하라는 뜻이다.
위의 여섯가지 가르침을 읽어보면 정말 멋진 한국판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필자도 1980년도부터 우연한 기회에 남을 도울 수 있는 단체에 가입하게 되어 지금까지 수입의 일부를 반드시 남을 위해 써오고 있지만 최 부잣집의 가훈을 되새길 때마다 더욱 한국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 나갈 것을 재 다짐하곤 한다.
지도층의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정신을 가지고 생활하게 될 때 한국은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영 권 경영학 박사
KBS2 라디오 ‘경제포커스 ’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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