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애인의 삶에 날개를 달아주자

지난 18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세미나에서 경기도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로부터 장애인 재활보조기구를 대여받은 장애인 2명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망막색소변색증으로 시력이 약해져 지난 99년 시각장애등록을 한 40대 중년 가장은 “TV모니터 글씨를 20배 이상 확대할 수 있는 독서확대기 덕분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이런 보조기구 도움을 10년 전에 받을 수만 있었어도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등록장애인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지난 9월말 현재 33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은 아주 다양하다. 특히 어린이와 관련돼 겪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편의시설 설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개인에게 필요한 재활보조기구는 사실상 개인의 책임으로 미루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대와 나사렛대 등 국내 일부 대학에 재활공학과가 개설된 지 10여년이 돼가고 있으나 ‘재활공학’이란 용어를 이나마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최근의 일이 아닐까 싶다.

미국은 이미 1918년 직업재활법을 통해 최초로 보조공학에 대한 연방정부의 자금조달을 규정했으며 1976년 재활공학센터를 설립했다고 한다. 경기도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4월 도립 장애인종합복지관내에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부터다.

재활보조기구는 장애인의 손상된 기능을 보완해 주고 대체해 주기 때문에 잃었던 생활영역을 되찾아주는 생명줄과 같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이동할 수 있게 해주고, 의사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이 불편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도와주며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도 확장키보드, 미니키보드, 조이스틱마우스, 헤드콘트롤마우스, 스위치마우스 등 다양한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기만 하면 컴퓨터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

재활보조기구는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가공할 원폭의 위협보다도 더 무섭게 다가오고 있는 고령사회에 대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서도 요긴한만큼 앞으로 노인층의 광범위한 활용도 전망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쉽게 볼 수 없었던 전동스쿠터가 오늘날에는 그리 어렵지 않게 눈에 띄는 도시의 풍경이 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특히 지난 4월22일부터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등 장애인보장구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시작되면서 보조기구 생산 및 보급에 대한 관심도 깊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재활보조서비스 전달체계 확립과 역할 확대를 위해 그 어느때보다 민·관 협력과 노력이 절실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활공학서비스 활성화’를 주제로 열렸던 이번 정책세미나도 이러한 면에서 그 의미가 깊다.

경기도가 이제 장애인의 고단한 삶에 날개를 달아 주는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인 경기도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앞으로 우리나라 재활보조기구 서비스분야의 발전은 물론 관련 산업 육성의 기틀을 이루는데까지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때 마침 ‘고령자 및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술 서비스 및 육성 특별법’ 제정 움직임도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세상, 비싼 보조기구 구입비가 없어도 아무 걱정이 없는 세상, 장애는 장미 가시에 찔린 손가락 정도로 조금 불편한 정도일 뿐이라고 모든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면서 어려운 여건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재활공학 연구 및 서비스 분야 종사자의 힘찬 전진과 도약을 기대해 본다.

/노 완 호 경기도 장애인복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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