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쌀 비준안의 국회통과와 향후과제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쌀 수입에 대한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따라서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외국쌀이 우리 식탁에 올라올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앞으로 10년 간 쌀 시장을 더 개방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에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외국쌀의 양을 늘리고, 수입쌀의 일정비율을 밥짓는 용도로 일반 소비자에게 팔아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에 따라 95년부터 2004년까지 쌀 시장을 열지 않는 대신에 낮은 관세로 외국쌀을 의무적으로 일정량 수입했다. 수입 된 모든 쌀은 그동안 과자 등 가공식품을 만드는데 사용됐다. 그런데 이러한 쌀이 앞으로는 일정량이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농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사안이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70% 이상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 비춰 볼 때 우리가 해외에서 더 많은 것을 벌어 오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장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그 기간과 수준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정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사실 지금까지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예측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85년 이후 세계가 세계화라는 큰 방향을 잡고 세계의 모든 국가는 시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자유시장으로 가지고 가자는 것을 합의한 바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다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상황에만 연연해 농촌의 경쟁력제고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외시했던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는 분명한 개방에 대한 현실인식을 국민과 농민들에게 심어주고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했어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마다 농민들을 우롱하는 듯한 정책과 눈 가리기 식 공약으로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국회에서 열린 우리당의 조일현 의원의 정직하고 용기 있는 비준안 동의 발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조의원은 지역구민 가운데 70% 이상이 농민이고, 그들이 다음 선거에서 자신에게 표를 던져 주느냐에 따라서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도 용기 있게 자신의 소신을 분명하게 밝힌 정치인인 것이다. 이러한 정치인이 진작에 있었더라면 우리 농촌은 훨씬 더 빨리 경쟁력을 제고해 쌀 개방에 이렇게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

이 나라 국회의원 중에서 국회가 쌀 비준안을 거부할 경우에 당장 내년부터 쌀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한국경제에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용기 있게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지만을 생각하는 자세 때문이 아닌가 싶어 씁쓸한 것이다.

늘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에게 더 큰 이익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이냐를 균형감각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미래의 방향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만이 대응전략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정치권과 정부는 해외로부터 다른 분야에서 벌어 오는 돈을 적절하게 배분해 농촌이 진정으로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농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영 권 경영학 박사

KBS2라디오 ‘경제포커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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