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우려되는 ‘조특법’ 처리

해가 저물어 간다. 이제 2005년도 보름여밖에 남지 않았다. 밀리고 쌓인 일이 한 둘이 아니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해를 넘겨서는 안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안이다.

조특법 개정안은 수도권 중소기업의 특별세액 감면혜택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안과 감면기한을 각각 5년과 3년으로 연장하는 여야 의원법안이 정기국회에 상정됐었다. 하지만 지난주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해당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이번주 시작된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재상정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게 됐다.

그런데 사립학교법 처리로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등원을 거부한 상황에서 조특법 처리 또한 지극히 불투명해지고 있다. 여야의 극심한 대치상황 속에서 의원법안은 빠지고 정부안만 다시 상정, 처리된다면 지난 5년간 수도권 중소기업들이 받아온 세금감면은 올해로 일몰기한이 도래함에 따라 완전히 사라지게 되고 내년부터는 약 3천500억원의 막대한 세부담이 불가피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정부의 조특법 개정안은 수도권 중소기업에게는 전례없이 커다란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안의 핵심은 경기,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 소재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금혜택을 없앰으로써 수도권 집중현상을 억제하고 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토균형발전이 아무리 시급하고 소망스럽다 해도 수도권 소재 기업들에 미칠 엄청난 파장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현재 수도권에는 전국 중기업의 56%, 소기업의 46%가 소재해 있다. 정부안처럼 한국경제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 수도권 기업들에 그 기업이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금감면 폐지라는 인위적인 역차별을 가해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는 지방분산 효과도 없이 중소기업인들의 사업의욕을 죽이고 국내기업의 해외이전을 촉진시켜 산업공동화를 부채질하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여야간 대치정국이 이대로 계속될 경우 자칫 조특법 개정안 자체가 해를 넘기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그리고 국회가 정상화된다 해도 최근 비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수도권내 8개 첨단업종의 신·증설 허용 발표 이후 ‘지방말살 정책’이라며 조직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조특법 역시 수도권 혜택 연장이라는 인식아래 ‘연계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걱정이다.

정부에서는 여당내에서조차 여전히 수도권외 기업에만 감면혜택을 연장하는 정부안 처리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자칫 굵직한 법안처리과정에서 흥정 대상이 되지 않을까도 걱정된다.

지금 수도권 기업들은 조특법 개정안의 향방에 초미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력난, 원자재난에 판매부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까지 받아온 세제 혜택마저 없애버린다면 그 타격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수도권에 거주하고 수도권에서 기업하는게 죄라도 짓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부조리한 현실에서 조특법마저 ‘개악(改惡)’된다면 실망을 넘어 절망을 보게 될 것이다.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되어 새해 예산안 등 굵직한 현안 뿐만 아니라 조특법 개정안도 여야가 충분히 논의, 현명하게 처리되어 수도권의 중소영세기업들이 평안한 마음으로 연말을 맞이하게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문 병 대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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