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를 안고 2박3일간 집 떠날 채비를 했다. 일상 업무에 쫓기다 보니 출발 전날까지 경기문화재단 부설 기전문화대학이 주최한 ‘도서관 문화서비스 기획을 위한 워크숍’의 세부 일정이나 계획을 살펴보지도 못한 채 약도만을 출력해 양평으로 향했다. 사실 양평으로 향하는 길은 오랜만에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적어도 워크숍 장소에 도착해 일정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른 9시부터 늦은 10시까지 꽉 채워 짜여진 일정은 여행 떠나는 기분으로 잠시 들떠 있던 분위기에 반전을 가져다 줬다. 바쁜 업무중 시간을 쪼개 참석한 사서들이기에 이것은 이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워크숍은 ‘강강수월래’와 ‘덕석몰이’, ‘문지기 놀이’ 등을 노래하고 뛰며 서로간 어색함을 풀고 친근감을 만들어 나갔던 조상들의 공동체 놀이를 체험하며 시작됐다. 지역의 문화중심지가 돼 지역 주민들의 독서문화를 이끌어 나간 춘천시립도서관 사례에 자극을 받으며 도서관에서의 전략적 경영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다.
올 한해 우리 도서관은 꽤 여러 차례에 걸쳐 어린이그림책 원화전시회를 준비했다. 작고 소박한 전시회를 준비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일이어서 서툴고 모든 감각을 동원해도 어설퍼 그림의 느낌을 충분히 살려 내지 못해 안타까운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전문 큐레이터의 조언은 작은 통로를 만난듯 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문화서비스는 차별성이나 지역사회 특성을 살린 서비스이기보다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이란 지적을 많이 받는다. 지역의 문화행사 기획자들은 당연히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행사라고 판단하고 기획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지적으로 난감해 하곤 한다. 이는 지역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좀 더 전문적인 분석과 주민과의 쌍방향 통신이 부족한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표본지역을 선정해 지역을 분석하고 적합한 문화서비스를 직접 기획해보는 시도는 우리들이 지역으로 돌아와 적용 가능한 체계적이며 실천 가능한 안목을 기르는 시작이었다.
1년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도서관 문화서비스를 진행하며 항상 염두에 두었던 목적은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도서관, 그리고 도서관이 지역의 문화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과연 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까’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조바심을 냈다. 이번 워크숍은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고 본다.
워크숍의 주최자인 기전문화대학은 공공도서관 상황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파악으로 많은 도서관 사서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의 세기’를 부르짖고 있는데 아직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많은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에 힘을 주고 변화에 박차를 가해 주기 위해서 말이다.
/염 선 영 고양시립 마두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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