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시 어느 대학 교수의 평범한 가정에 점심 초대를 받아 방문한 적이 있다. 초청 대상자는 필자를 포함해 중국과 일본 이탈리리 등지에서 온 그야말로 지구촌 가족이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점심식사를 하면서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각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한국의 경우는 당연 ‘김치’가 화제의 중심이 됐다.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미국인 교수 부부는 놀랍게도 김치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으며, 특히 매운 맛에 감동(?)을 받은듯 했다. 필자가 놀란 건 초청받아 방문한 초청객들 모두 거의 다 김치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다른 경험, 다른 느낌 등으로 김치에 대한 느낌을 말했다.
필자는 그들에게 “요즘 창궐하고 있는 조류독감(AI)에 대해 한국인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며 “한국인들은 매일 김치를 먹기 때문에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온 유학생을 바라보며, “2년 전 중국을 중심으로 온 아시아가 사스(SARS)의 공포에 떨고 있을 때, 한국은 김치 덕분에 사스 피해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요즘 미국에서 조류독감으로 김치가 더욱 유명세를 타듯 당시 중국에서도 사스때문에 김치가 대유행이었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신기한듯 경청했고 김치에 대한 경험담은 계속됐다.
실제로 지금 미국에선 ABC를 비롯한 각 언론사들이 “김치가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주미 대사관 산하 한국문화홍보원이 주최한 김치시식회에선 미 정부관리, 의회 관계자, 언론인, 문화계인사 등이 마치 예방주사를 맞듯 모두 김치를 먹어보려고 해 김치가 순식간에 동이 나기도 했다. 특히 미국 내 아시안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대장금’ 열풍에 이어 또 다른 식탁 한류인 ‘김치’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드라마, 영화, 가요에 이어 음식문화로까지 한류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 고양시에 ‘한류우드’가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 ‘한류우드’에 ‘김치관’과 ‘김치 페스티벌’ 공간이 꼭 마련되길 희망한다. 지구촌 무한경쟁시대에 살아가는 우린 경쟁력이 있다면 제품이든, 문화이든 음식이든 적극적으로 경쟁력을 뒷받침해주고 홍보해줘야 한다. 그것이 미래 한국의 살길이기 때문이다.
한때 김치종주국 위상이 흔들릴 때가 있었다. 김치종주국 위상을 지키기 위해선 끊임없이 김치에 대한 다양성과 차별화를 연구, 개발해야 한다. 경쟁 상대국인 중국과 일본 등의 음식문화가 세계적으로 이제 보편화단계에 접어 들고 있다. 우리 김치도 세계적으로 보편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세계적인 패스트 푸드 대명사인 맥도날드 햄버거가 세계인들의 입맛을 길들이듯 한국의 김치를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의 세계적인 슬로우 푸드 대명사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김치에 다양성을 가미, 인종과 민족과 문화 차이에 따라 구미에 맞는 김치를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또 다른 자랑인 인삼을 적절하게 김치와 배합시켜 인삼김치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이다. 연말연시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것이 미덕이 되고 있다. 한국의 새마을 부녀회를 비롯한 많은 봉사단체들은 사랑의 김치 나누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치를 사랑하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이다. 우리 모두 사진찍을 때 웃는 모습을 담기 위해 외치는 구호가 ‘김치’다. 어렵고 힘들었던 한해를 보내면서 마음 속에서 진정 우러나는 ‘김치’를 외쳐 본다.
/원 유 철 前국회의원·스탠포드大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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