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독일 월드컵 대회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G조에 들어간 이래 지금은 스포츠 뉴스에서 월드컵팀의 동향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목마르게 기다리던 조 추첨 결과 1954년 이래 총 7번의 대진 중 제일 수월하다고 여기는 눈치다. 조 추첨 이전에는 스위스가 뽑혔으면 좋겠다고 기다리고 있다가 정작 스위스가 뽑히니까 스위스를 얕잡아 볼 수 없다고 움츠리기 시작한다. 조심하는 건 좋은 일이다. 축구는 과거의 전적으로 대결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팀워크로 싸우는 것이니까.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 우리 팀은 미군비행기를 얻어 타고 64시간을 날아가 시합에 임했으나 헝가리와는 9:0, 터키와는 7:0으로 졌다. 축구선수가 아니라 난민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의 한국팀은 지금의 한국인과 다른 나라의 사람이었나. 세월이 흘러 우리는 4강이라는 조직적 시스템을 갖춘 팀으로 성장했다. 시스템적 내공의 힘을 비축하게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화가 되어 갈수록 축구에 대한 열광은 점점 더해가는 느낌이다. 본디 올림픽이나 월드컵도 텔레비전을 통해 전세계로 중계됨으로써 세계화를 이룬 것이므로 우선은 텔레비전에 그 공이 있겠다. 다음으로는 그 규칙의 단순성에 있지 않을까 싶다. 16개의 규칙밖에 없다고 하지만 실은 단 하나의 조건이다. 발로만 차라는 것이다. 그밖에 사람을 차거나 볼이 밖에 나갔으면 상대에게 건네주고 공보다 먼저 사람이 나가지 말라는 등 너무나 상식적인 규칙밖에 없다. 야구나 아메리칸 풋볼에서처럼 피처 벅이니 쿼터백 반칙이니 하여 일반 관중은 얼른 알아차리지 못하게 정한 규칙은 없다. 원초적으로 발로 차서 상대방 골에 공을 넣는 단순하고 쉬지 않고 움직이는 열정적인 경기인 셈이다.
운동경기는 역도며 달리기, 수영 등 혼자서 기록과 싸우는 경기로부터 권투 탁구 테니스 등 대결하고 이 대결은 몸이 부딪치며 겨루는 농구 등으로 발전한다. 이 모든 경기의 최종에 축구가 있다. 22명이 90분간 계속 움직이며 볼 하나를 향해 움직여 나간다. 인구가 많아 금메달을 많이 뽑아내는 중국이 아직 축구에 약한 이유는 축구가 바로 높은 수준의 시스템적 사고와 훈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구는 그 나라 사회의 시스템이나 조직의 통합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면에서 월드컵은 평화시대에 다른 나라 혹은 다른 팀과 다른 사회와 힘을 겨루는 수단이 되고 있다. 축구를 통해 그 나라는 국민의 열정을 모아가는 학습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축구 강국인 영국이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국내프로가 우선적이고 대표들의 훈련은 2차 목표가 된다. 축구 규모가 작은 나라, 가령 1998년의 크로아티아나 2002년의 한국은 미리부터 준비하고 정신력을 강화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기도 한다. 축구가 기술 이외에 정신의 산물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상품은 자기 형편에 맞게 좋거나 싼 것을 고를 수 있고 권투나 레슬링은 체급에 따라 나눌 수도 있지만 축구선수는 키가 크면 헤딩에 좋고 키가 작으면 드리블에 좋아 누구나 민주적으로 자기 장기를 발휘할 수 있다.
군사정권 시절에 대통령이 프로야구를 출범시켜 사람들의 마음을 스포츠로 돌려놓았다고 비판하는 문화연구가도 있지만 그 시간에 술집에서 2차, 3차 술을 마시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스포츠 관람은 무해무독하다. 보는 걸 즐겨도 좋고 열 번 지다가 한 번 이기면 이겨서 좋고 스포츠를 사랑해 직접 운동에 참가하면 자신과 국민이 튼튼해지니 좋다. 내년 월드컵에서는 8강 이상 올라가 우리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김 광 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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