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그랬듯이 이맘 때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지켜지기 힘든 올해의 계획을 다짐하기 마련이다. 지난 73년 입사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도 33번째 직장에서 보람을 느끼기 위한 올해의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샐러리맨들이 그렇듯 승진 및 임금 인상, 건강 및 금연 등 평범하지만 지켜지기 힘든 목표 옆에 지난해부터 나의 새해 목표에 추가로 자리잡은 사항이 하나 있으니 바로 농촌사랑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다.
농업인 실익 증진을 창립이념으로 세워진 회사에 오랜 기간 몸을 담았지만 위기에 빠진 농촌을 구하기 위해 과연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이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저 정해진 업무만 수행하기 바쁜 시절이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회사 생활을 정리하는 위치에 있는 지금 필자에겐 마지막이라고 생각될만한 행운이 찾아 왔으니 지난해부터 은행지점장 업무에서 농정활동 중심의 지부장으로 업무가 변경됐고 농협이 농촌사랑운동을 전사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04년 1월 지부장으로 부임한 이래 필자의 생활은 지점장 생활을 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농촌사랑운동의 일환으로 직원들과 함께 봉사단을 구성, 주말이면 논과 밭을 누비며 일손돕기를 하고 대출을 받으러 온 기업 대표들에게 1촌1사 자매결연을 권유, 함께 농촌마을과 자매결연식을 갖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농업인들과 함께 몸을 부대끼며 일을 하고 기업 고객으로만 만났던 다른 기업 임직원들과 함께 막걸리 한잔으로 자매결연 인연을 맺기도 했다.
물론 처음에는 지점장으로 근무하는 동기들을 볼 때마다 그들이 부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연차에 있는 직장인이라면 필자의 심정을 이해하리라 생각된다. 승진이나 당장의 임금도 중요하지만 직장에서 느끼는 보람은 뭔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지점장 재직시 느끼지 못했던 자부심을 농촌사랑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동안 느낄 수 있었다. 농업인을 위한 직장에 다니면서 농업인을 위한 활동에 몸소 참여하고 있다는 일종의 자기 만족이었기 때문이리라. 농촌사랑운동과 함께 한 2년이란 기간은 일반 회사원 생활을 했거나 지점장 업무를 맡았더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표현하기 힘든 희열을 느끼게 해줬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펜대를 굴리던 서투른 손놀림과 막걸리 취기에 낯설음을 잊고 농업인들과 대화를 나눴던 게 전부인데 이 사실 하나만으로 손을 꼭 잡고 고마워하던 농업인들, 자매결연으로 농촌마을 홀로 사는 노인 전기안전점검을 지원해줬을 때 고마워하던 마을 노인들, 경기일보와 함께 손학규 도지사 주례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농촌처녀총각 합동결혼식을 치러줬을 때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하던 노총각들…. 이 모두 20년이 넘게 직장생활을 하며 회사 활동에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줬다.
올해 목표를 감히 농촌사랑운동에 적극 참여하기 하나만 세우기로 했다. 농촌사랑운동만큼 필자의 주말을 땀으로 흥건하게 만들었던 것도 없었지만 그것만큼 보람을 느끼게 해 준 것도 없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새해는 농촌사랑운동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 필자 나이 또래가 되면 웬만한 일에는 감흥을 느끼지 않게 마련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는 2년동안 많은 농업인과 기업 임직원들 등을 농촌에서 만났을 때 신규 직원 때 열정과 흥분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제 그 감동을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이 느낄 수 있도록 농촌사랑운동을 알리는데 온 힘을 쏟을 작정이다. 농촌사랑운동은 올해도 늘 농업인 곁에 깨어 있게 할 것이며 필자와 필자의 직장을 더욱 활력있게 하리라 확신한다.
/류 석 희 농협 고양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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