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지나오면서 매스컴에 소개된 4자성어들이 눈길을 끈다. 상화하택(上火下澤), 약팽소선(若烹小鮮), 운니지차(雲泥之差), 천지교태(天地交泰)…. 교수, 기업인 등이 작년과 올해를 상징하거나 염원하는 함축적인 뜻으로 내세운 말들이다.
그 가운데에 경제인으로서 가장 눈에 띄는 말은 운니지차다. ‘구름과 진흙처럼 차이가 크다’라는 운니지차는 양극화 현상을 빗댄 말이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이슈나 화두가 됐던 말로 기업인들이 꼽은 것이다.
양극화는 이제 우리 시대의 키워드이자 가장 큰 해결과제로 부상했다. 지난 IMF 환란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양극화는 어느새 고착 단계에 접어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전통 제조업과 첨단산업 간,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도시와 농촌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가진 계층과 못 가진 계층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등 다양한 분야와 부문, 계층, 지역을 망라해 양극화로 특징지워지는 격차와 갈등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또한 분배와 복지를 내세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히 아이러니컬하다.
그렇다면 점차 고질화되어 가고 있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사실 양극화 현상은 개방화, 세계화된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어가는 측면이 있다.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자칭하는 미국이나 복지제도가 잘돼 있다는 독일, 스위스, 캐나다 등에서도 동일하며 국가는 부자이지만 개인의 삶은 그다지 풍요롭지 못한 일본도 이러한 양극화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그렇지만 양극화의 추세와 그 정도가 우리와 크게 다른 아일랜드, 덴마크,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의 예가 양극화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이들 나라는 세계화를 적극 수용하면서도 양극화를 잘 극복하고 높은 경제성장률과 교육개혁, 교육-고용-복지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했다. 이들 국가의 공통된 특징은 각 경제주체 간 사회적 대합의를 기초로 동반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동반성장을 위한 한국형 사회협약’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각계에서 일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누가 뭐라해도 양극화를 벗어나기 위한 해답은 동반성장이다. 그리고 동반성장의 첫걸음은 고통과 과실을 함께 나누자는 경제주체들 간의 공동 협약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올해 동반성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협약을 바탕으로 노사는 상생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공존공영의 협력을 강화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그 격차를 축소시켜 나가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동반성장에 대한 비전 제시와 사회적 합의를 적극 유도해나가야 한다.
중간층이 튼튼한 나라가 건강해진다. 최근 LG경제연구원과 매일경제가 공동실시한 국민경제의식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4.4명인 44.4%가 스스로를 중간층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북유럽의 선진복지국가들이 70%를 상회하는데 비해 아직도 미약하지만 지난해 조사때의 40.1%보다는 늘어난 고무적인 수치이다. 금년들어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서서히 일고 있다. 이 불씨를 잘 살려 나아가되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방향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문 병 대
도경제단체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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