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2006년을 맞는 중소기업의 각오

올해는 중소기업에 있어서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국내 산업 구조가 변해 중소기업의 가동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수출산업이 자동차, 선박, 휴대폰, LCD, 반도체 등의 산업으로 구성되어 있어 지난날의 가전산업은 이제 더 이상 국내 생산에 한계에 도달하여 해외 생산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서 국내 생산의 증가율이 둔화 될 수 밖에 없어 지난날의 성장 위주의 생산과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휴대폰도 고가 위주의 정책에서 다양한 모델이 생산되며 저가의 경우에는 국내 생산의 가격 경쟁력이 없어 해외 생산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여 진다. LCD나 반도체는 기술 집약적 산업이므로 해외 이전은 쉽게 되지 않으며 선박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중소기업의 측면에서 보면 이들 산업 중 중소기업 가동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동차 산업과 휴대폰 산업이며 LCD와 반도체는 다소 영향력이 떨어진다. 자동차와 휴대폰은 완성제품이지만 LCD나 반도체는 부품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완성품인 가전제품의 생산이 국내에서 해외로 생산기지가 옮겨가면서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해외에 나간 회사가 국내 회사라 하더라도 해외로 나가서 근무하는 국내 고용 인력은 소수에 불과하므로 국내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반월공단에 소재한 삼보컴퓨터가 국내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나서 주변의 50여 개 이상 기업이 가동률이 떨어져 기업을 축소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많았다. 큰 기업이 해외이전하면 국내 중소기업이 위축되는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삼성전자, LG전자의 백색가전 제품이 생산기지가 국내에서 해외로 이전되면서 삼보컴퓨터의 10배 이상으로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현상은 백색가전 뿐 아니라 국내 전 산업 분야에 정도 차이는 있지만 두드러진 현상이다. 일본이 과거 잃어버린 10년이 바로 이러한 국내 중소기업의 침체가 빚어진 현상임을 유념해야 한다.

국내의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대기업에 의해 성장하여 왔으므로 자체 기술개발보다는 품질관리 및 원가 관리에 주력하였으며, 대기업에서도 중소기업을 이런 관점에서 관리를 해 왔다.

중소기업도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으나 대기업의 정책에 발 맞추어 몇 십년을 지내다 보니 자체 기술개발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게 되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의 CEO들과 대화를 하면 대기업의 해외이전도 큰 영향을 미쳤으나 국내 인건비 상승도 무시 못할 요소라고 지적한다.

중소제조업이 무너지면 국내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므로 중소제조업의 노력이 어느때보다 요구된다. 정부 및 지자체가 중소제조업을 책임지고 끌고 나가는 것도 이제 한계에 왔다. 정부 및 지자체는 세계 상황에 맞게 육성 정책을 펼쳐 중소제조업을 보조하는 역할이며 중요한 것은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역할 재편성과 경쟁력 향상이다. 수요기업을 단지 대기업에 국한시키지 말고 중견 및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의 완성품 및 핵심 모듈을 생산하는 수요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우수한 수요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다수의 공급 중소기업을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단순 조립 및 생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자체 기술개발력을 갖기 위해 중소기업의 총역량을 집중하여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꾀해야 한다. 그러므로 2006년을 맞는 중소기업의 각오는 남다르리라 생각 된다.

/현 동 훈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