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는 앞으로 어떤 도시가 돼야 하는가? 이에 대한 방법론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개발자들은 대형 테마파크나 거대 산업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많은 장밋빛 청사진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개발은 주인이 돼야 할 ‘사람’을 소외시켜 왔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고양시로선 올바른 방향 제시가 요구된다. 더 이상 개발만능신화에 빠져선 안된다. 산업을 위한 도시가 아닌 사람을 위한 도시로의 생각, 어느 때보다 가치와 패러다임 전환을 읽는 혜안이 필요할 때다.
얼마 전 세계 유력 잡지로부터 ‘지구에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와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 등으로 지목된 도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 도시를 희망의 도시나 꿈의 도시라고 부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은 세계 도시학자들에게 친환경도시 대명사가 된 브라질의 쿠리치바시다. 쓰레기 상품화프로그램, 친환경버스, 시민의 도서관인 ‘지혜의 등대’ 등은 지속 가능한 도시의 표본이다. 이제 환경이란 가치는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고양시의 미래도 사람중심과 ‘환경’이란 큰 명제 속에 준비돼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행히도 고양시는 쿠리치바시 못잖게 훌륭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강과 북한산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고 농촌지역과 신시가지가 적절하게 어울린 환경은 아시아의 쿠리치바시로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확실한 이정표 설정과 실천 등이 따라야 한다.
우선, 고양시는 국제적 주거환경도시로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은 미래의 요구이자 시민의 요구이다. 고양사는 산업이나 시설 위주 도시보다 사람을 위한 주거환경도시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KTX 출발역이 들어선 고양시는 유라시아나 중국 등으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대표관문이 될 것이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참여와 뛰어난 시민의식, 훌륭한 자연환경 등은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둘째, 통일교량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고양시는 지리적인 요건과 시대적인 요구 등에 의해 통일의 중추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뛰어난 시민의식과 이미 갖춰진 국제적인 규모의 훌륭한 기반시설은 통일로 가는 교량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공항과의 뛰어난 접근성, 국제적인 전시 및 회의시설, 대규모 문화공연장 및 국제규모 운동장 등은 개성과 300만 평양 시민을 맞이하는 훌륭한 민간 교류의 장으로 발전할 것이다. 고양시는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남북시민교류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양시는 포스트 통일시대의 바람직한 도시 모델로 성장할 것이다.
셋째, 시민문화와 생활문화가 숨쉬는 도시이다. 역사성이 깃든 문화재와 유적지, 한강과 북한산의 자연환경, 시민이 만들어 가는 시민참여문화 등이 어우러져 시민과 함께 생활 속에 도시문화를 이어가는 도시로의 발전이다. 예술분야 전문가를 비롯한 전문 분야 인적 자원이 풍부한 도시이다. 고양시만의 독특한 문화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고양시는 서울과는 또 다른 모습의 대한민국 대표도시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고양시가 제2의 쿠리치바로 불리길 원하는 것을 넘어, 세계 어느 도시가 ‘제2의 고양’으로 불리길 바라면서 21세기를 다져 가길 기대해본다.
/이 동 환 (사)사람의 도시 연구소장·도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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