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의료산업화와 관련, 경제자유구역에 영리의료법인 외국병원 신설을 허용하고 내국인도 진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들을 담은 법안이 마련됐다. 의료산업의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화를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생산재 부문과 의료서비스 부문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적 목표를 세우고 추진중이다. 또한 의료시장 개방과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을 통해 경쟁을 통한 의료의 질 향상으로 다양하고 고급화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된 지 벌써 1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저부담·저급여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함에도 상당수 국민들은 보험료 부담이 과중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에 대한 의료혜택은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의료보험관리공단은 건강보험의 완전한 보장을 위해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중증환자(암환자 중증심장질환 중증뇌혈관질환)에 대해 법정 본인부담을 현행 총진료비의 20%에서 10%로 절반으로 줄였으며 올해는 그동안 전액 본인이 부담하던 품목중 지난달 1일부터 659개(담도 내 결석환자 체외충격파쇄석술 등) 품목이 급여항목으로 전환돼 환자의 부담을 대폭 완화했다.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고 육아비용의 공동부담 차원에서 만 6세 미만 아동 입원시 건강보험 적용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등 보장성을 연차적으로 확대, 보장률을 현행 61%에서 오는 2008년까지 73%까지 끌어올리도록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문을 민간보험이 보충해 주는 실손형 보험을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하도록 허용했다. 생명보험회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동일한 용어인 ‘건강보험’이란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공중파 방송 광고, 전국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 대다수 국민은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 혼돈할 우려까지 발생하고 있다. 생명보험회사는 이윤 창출을 통한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지 국민에 대한 건강권 및 의료보장이 목적이 아님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처럼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될 경우 고액의 건강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민간보험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한 보험료 인상 반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에 장애가 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은 보험료 수입을 이용한 수입창출과 분배인만큼 수익 창출을 위해 저소득·고위험 계층에 대한 가입을 거부하고 고소득·저위험 계층에 대한 가입자 고르기로 의료와 건강문제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개인의료정보 공유를 주장하는 민간 의료보험사들의 이윤추구를 위해 개인의료정보 공유로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것이다.
우리의 보건의료체계는 사실상 영리추구의 민간자본 중심의 공급체계가 90% 이상을 점유, 서비스 제공 및 이용과정에서 상업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시설 및 인력 대부분이 영리추구를 지향하는 민간에 속한 상황에서 의료체계의 사적 성격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사회보험으로서 건강보험체계뿐이다. 아직도 많은 한계를 갖고 있지만 미용목적의 의료 행위와 같은 특정의 경우를 급여에서 제외하는 급여범위의 통제기능,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도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이 정부 통제 하에 기본적 정부정책기능 등이 용이하며, 현재 수가계약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의료행위와 재료에 대한 가격결정권을 기본적으로 정부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체계의 공적 성격을 부여해 주는 수단으로 자리매김 되어왔다. 그러므로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최소한 공공의료기관을 30% 이상까지 확충하고 보장률이 선진국 수준인 80%에 도달, 모든 국민이 마음놓고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
/황 기 숙
의정부 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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