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커 속 개구리

미국의 어느 대학 실험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구자는 램프를 설치하고 큰 비커에 물을 3분의 2쯤 붓고 그 안에 개구리 한 마리를 넣었다. 잠시 후 램프에 불을 붙여 놓고 아주 느린 속도로 가열하면서 개구리의 반응을 살폈다. 처음에 찬물 속으로 들어간 개구리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안심이 된듯 헤엄치며 잘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따뜻해지는 수온을 오히려 즐기면서 개구리에게 동요하는 기색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잘 놀던 개구리가 어느 순간 갑자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동작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후 비커를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은 상태로 개구리가 빠져 나오기에는 비커 안의 물이 너무 뜨거워져 있었다. 결국 그 개구리는 자기 주변의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노는 일에만 팔려 있다 밖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비커 안에서 삶아진 채로 죽고 말았다. 유명한 삶아진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 이야기다. 요즘 교직사회 현실이 전술한 이야기와 같이 될까봐 심히 우려된다.

‘삼성 VIP(Value Innovation Pro

gram)센터는 한국의 NASA’. 미국의 포춘지 지난해 9월5일자 커버 스토리 제목이다. 제품의 기획 초기단계부터 혁신활동으로 연간 5조원의 원가 절감을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경영실적을 평가,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계열사는 초과이익 분배금을 신입사원 1천만원부터 부장급은 대략 3천만~4천만원 정도 받았다고 한다.

민간기업의 사례를 하나 더 들어 보자. ‘LG전자 가전사업 영업 이익률 세계 최고, 지속적인 혁신과 연구·개발(R&D) 투자 주효’. 기분 좋은 뉴스중 하나다. 대비되는 교육계의 우울한 통계를 들어보면 평준화란 핵우산 밑에 안주하다 사교육(연간 14조원 추정)에 경쟁력을 다 빼앗기고 순기능도 있지만 유학경비(올해 3조4천억원 정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을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당장 오는 2008학년도부터 초등학교 모든 학년 영어교육 실시, 장기적으로 교원평가에 의한 부적격 교사 퇴출, 성과급 차등 폭 대폭 확대 예정, 공모에 의한 교장 임용 방식개선(무자격 포함), 특목고 확대, 부분적이지만 교육시장 개방 등 교육 소비자의 요구대로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자. 싱가포르와 인도의 영재교육, 스웨덴과 영국의 스쿨 초이스(School Choice)에 의한 공교육 혁명, 일본의 양(量)의 교육으로부터 질(質)의 교육으로의 개혁운동, 미국의 차터학교운동…. 모두 공교육에 자율성과 책무성, 다양성과 선택, 시장과 경쟁원리 도입 등으로 요약되는 교육개혁 운동이다. 어느 조직이나 변화와 혁신의 자율능력을 상실한 집단은 타율에 의해 비참한 꼴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젠 교육도 일등이 아니면 세계 속에서 이류나 삼류 등의 변방에 머무를 수밖에 없으며 알아서 대비하지 않으면 퇴출의 쓴잔을 마실 수밖에 없다. 그 때 지난날 교단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했다고 변명을 늘어놔 봤자 들어 줄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교원의 본분은 부단한 자기 연찬과 청렴성, 도덕성, 전문성 등과 함께 고매한 인격이 뒷받침 될 때 교육의 효과성은 배증(倍增)되고 교육 수요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커 속의 물이 서서히 가열되고 있음을 아는 지혜가 절실하다.

/김 기 연 여주군 초등교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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