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류문명 정보의 60%가 영어로 기록됐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로 기록된 지식이나 정보 등이 많으면 많을수록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거나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유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영어로 축적된 정보와 지식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점적 자리를 굳혀가고 다른 언어가 넘볼 수 없는 위치를 갖게 된다. 각 대학 외국 원서중 영어권 교재가 특정분야를 제외하곤 거의 100%에 육박하고 고려대는 학부생들의 영어 강의 비율이 31%였는데 올해부터는 더 확대할 예정이다.
기업의 예를 들면 LG전자는 연구·생산·업무중 세계적으로 필요한 업무중심으로 영문화작업을 추진하고 오는 2008년 영어 공용화를 끝내기로 했다. 바야흐로 영어 중심의 지식 생산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사회 및 학문 모든 분야에서 지식과 정보를 발신하는 지식발전소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인터넷 콘텐츠 역시 영어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유네스코(지난 2002년 기준)의 ‘세계 사멸 위기 언어지도’에 따르면 현존하는 6천여 언어중 90% 정도가 100년 후에는 소멸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 무역규모 세계 12위를 감안하고 글로벌 경제 활동을 위해선 외국인과의 협상에 언어소통의 유창함과 계약사무 정밀함 등이 요구된다.
며칠 전 보도에 의하면 OECD 사무국에 파견된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의사소통과 보고서 작성에 문제가 있어 국제적으로 망신당한 사례와 전문직과 대기업 임원 등의 영어회화능력에 따른 연봉과 승진 등이 우대되는 현실은 영어능력 위력을 절감하게 한다.
같은 맥락에서 EU 예를 들면 25개 회원국의 공용어가 20개 이상 되다 보니 통역과 번역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들어 간다고 한다. 따라서 자연히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해외 유학경비가 3조4천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영어 연수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청소년기의 제한된 학습 시간을 감안하면 이 또한 빈부의 차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구태여 해외 연수를 떠나지 않아도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면 직업 선택의 폭도 지구촌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이다.
필자의 견해는 모국어의 쇠퇴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최초 시행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 회사, 시·군 및 각종 특구 등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하도록 하고 성과에 따라 전면 시행시기를 조절하면 될 것이다.
일부에선 우리말을 잃어버릴까 우려하는 역풍도 있을 것이나 크게 염려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처럼 인간에겐 귀향 본능이 있다. 사람의 국적(모국어) 본능은 귀소본능이요 귀소본능은 노인의 귀향본능과도 같다. 영어 공용화의 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인이 한자어와 같이 생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필요성과도 같다. 넉자의 한자어로 열자 이상의 한글 뜻을 담아내니 한자를 배우면 사상(思想)의 폭이 넓어진다.
마찬가지로 한 문장 영어로 역발상(逆發想)을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주니 세상 보는 눈이 커질 것이다. 전문가 견해에 따르면 10세 이전에는 2~3개 모국어를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기업도 적자생존의 다국적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국가 번영의 기로에서 이류나 삼류 등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하루 빨리 선택이 아닌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김 기 연 여주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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