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만이 살길이다

김 학 서 한국무역협회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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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의 해외기업 투자유치 성과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4년간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LG필립스, 지멘스 등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105개 외국기업과 137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유치 성과를 이끌어 내고 총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고용유발효과, 소득증대,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 등 그 성과는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반면 이제는 도내 중소기업들의 중국 등 해외로의 공장이전과 그로 인한 제조업 공동화 현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자본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에 비해 3.6% 감소했으나 중소기업의 공장 해외이전은 심각해 전년보다 23.4%나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 중앙대가 경기도의 50인 이상 131개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32.1%인 42개 업체가 향후 5년 이내 공장이전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 공동화가 우려되는 조사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전 원인으로는 주로 높은 인건비, 비싼 땅값, 노사문제, 공장총량제 등 각종 ‘기업하기 어려운 여건’으로 나타났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국내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고 저렴한 중국제가 밀려 들어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면서 ‘해외진출이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해서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물건을 팔 수 있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중소제조업의 기반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내수부진 및 수출하락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경기도가 외국첨단기업 유치와 별도로 해외 진출 한국기업의 국내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동인(動因)을 줄이고 국내 제조업 보호 및 일자리 유지를 위해, 자금이나 세제, 자동화설비, 판로 및 인력확보 등 지원시책을 수립, 시행키로 한 것은 국내 제조업공동화를 막기 위한 중요한 단초라 평가할 만하다.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줄이고 해외 한국기업을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외국기업에 제공하는 특혜적 수준의 지원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외 지자체들의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토지·건물의 20년 무상임대 등과 같은 파격적인 유치조건도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지원은 고스란히 제품원가 및 기업경쟁력에 반영되어 비수혜 업체는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국내기업 투자촉진 및 유치를 위해서는 고용유발효과가 큰 첨단업종 중심으로 외국기업에 제공되는 것과 유사한 각종 혜택을 국내 투자기업에도 제공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공장설립과정 간소화 및 용지, 건물취득에 대한 보조금 등 각종 우대조치를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 제조업체들을 위한 주요 업종별 클러스터를 설립해 이를 집중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만성적인 실업난과 경제난으로 안정적인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이자 경제정의가 된지 오래이며, 오직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우수기업만이 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이에 우리 모두 대기업 및 외국기업과 함께 중소업체들이 도내에 뿌리를 내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김 학 서 한국무역협회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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