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영업자의 침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자영업자의 수가 많아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음식점의 수가 79만개, 도소매업체의 수는 90만개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규모가 영세하고 가족경영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의 인구 1만명 당 도소매업체의 수는 199개로 미국의 79개, 일본의 154개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중소유통업의 과밀화와 함께 외환위기 사태 이후 지속된 양극화의 심화는 영세 자영업자를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특히 중소유통의 경우 90년대 중반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대형 할인점의 발전 때문에 입지가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 초기에 신도시 위주로 출점하던 대형 할인점이 최근에는 대도시 지역의 구시가지는 물론 중소도시에까지 진출함에 따라 중소유통업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간의 갈등이 첨예화되는 가운데 대형점의 출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소유통업체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형유통점에 대한 직접적인 영업 규제는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형점에 대한 규제는 단기적으로 중소유통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상권 전체를 침체시키고 중소유통의 체질을 약화시켜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형점과 중소유통점간의 공존을 모색하고 중소유통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최근 중소유통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에서 시설 개선,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중소유통 스스로의 경영 능력 향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 전근대적인 상행위에서 벗어나 현대적 마케팅 개념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점주들의 자발적 인식전환과 경영의 투명성 등이 요구되며, 정부에서도 마케팅 및 경영 교육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중소유통의 경쟁력은 조직화를 통해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최근 대도시지역의 구도심은 상권이 신시가지로 이동되면서 상권 전체가 침체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개별 점포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어 상권 내 중소상인 전체가 한 마음이 되어 상권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상권내 상인들이 힘을 합쳐 문화, 관광, 지역특산품 및 대형점포와 연계된 지역복합문화상권으로의 발전이 필요하며, 정부에서도 중소상인들의 자구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도시 중심시가지 상권활성화를 위한 관리기구의 설립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대형유통업체가 가지지 못한 중소유통 특유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재래시장의 경우 단순한 상행위 공간이 아니라 전통적인 문화 공간의 하나로서 보전, 발전시키면 충분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시애틀 시장, 유럽의 바르셀로나 시장 등은 기존 시장 공간을 전통 생활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지역 소비자의 생활 공간은 물론 관광자원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소유통의 활성화는 철저하게 시장 지향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책과 방안이라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중소유통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 중심적 사고에서 출발하여 중소유통의 생존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김 동 환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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