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바로 경쟁력이다

이 인 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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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성웅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전략의 지혜와 경영술이 장안의 화제가 됐었다. 새삼 이순신 장군이 관심을 끄는 건 통상적인 관점으로 보면 위기였던 상황을 전대미문의 승리로 역전시켰던 탁월한 지략(智略)이 현대사회의 기업이나 국가의 운영에서도 절실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건 왜적에 대한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었던데서 비롯된다. 그 문화의 이해를 바탕으로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이란 세계 최고 전함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낼 수가 있었다. 당시 일본의 전함들은 전통적으로 접전시 배의 방패판을 상대방의 배로 딛고 넘어가는 다리로 사용, 상대방 배 위에서 백병전을 감행하던 단병(短兵)전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이를 간파했던 이순신 장군은 당시 전함의 주류를 이뤘던 덮개가 있었던 판옥선(板屋船)을 개조, 거북선을 만들어 당당히 왜군을 물리쳤다. 당시 이순신 장군이 상대방의 전술적 문화를 파악하지 못했었던들 해상국가로서의 막강함을 자랑하던 일본을 제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문화역량은 곧 정보력

이처럼 문화는 곧 경쟁력을 의미한다. 다른 의미로 문화의 역량은 정보력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는 건 그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이해해야만 그에 대한 대비책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문화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는 흔히 우리의 주관적인 생각과 판단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다. 경쟁이란 반드시 상대방이 있어야 성립되는 개념이다. 우리가 다른 지역과 이기려면 그 지역 문화를 알아야 한다. 그들의 생각은 어떻고, 그들의 전략은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세계화를 이루려면 세계의 무대가 어떻고, 그들의 행동패턴, 즉 글로벌 스탠더드가 어떤 것인지를 비교할 줄도, 이해할 수도 있어야 한다. 다른 지역, 나아가 세계의 문화를 알고 있어야 우리 지역 문화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이 우리보다 낫다면 적극 배워야 하고 우리 것이 좋다면 이 또한 철저히 알리고 자랑할 일이다. 이것이 바로 교류와 소통을 근간으로 하는 문화이다. 그래서 문화는 폐쇄적이고 일방적이고 단선적인 게 아니라 개방적이고 쌍방향적이고 복선적인 가치이다.

지역주의의 극복이 필요

남성우월주의에 익숙해 있던 일본의 중·장년 여성들에게 ‘겨울연가’는 욘사마로 상징되는 한류의 열풍을 가져와 관련 상품의 월 매출이 무려 12억엔(120억원)에 달했다. 일본의 여성들이 갈구하던 남성의 ‘멋’을 일시에 충족시켜 준 결과이다. 그런가하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고, 미국에 진출한 영화 ‘올드보이’가 미국의 유력지들로부터 ‘초폭력적(Ultraviolent)’이란 혹평을 받았었다. 주인공이 일식집에서 산 낙지를 먹는 장면을 보고 그렇게 평한 것이다. 우리로선 이해할 수 없는 문화와 정서의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이 두가지 경우에서 보듯 상대방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문화를 알 때 길이 보이고 방법이 찾아지는 것이다. 이게 바로 문화마인드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순신 장군은 문화마인드가 강한 지휘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즈음해 혹시, 우리는 우리나라의 틀 속에 안주하며 경쟁을 얘기하고 세계화를 외치는 것은 아닌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인 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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