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실시하는 크고 작은 선거에서 경제문제가 주요 이슈에서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만큼 경제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며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경제문제를 속 시원히 풀어나갈 해결사를 원한다. 유권자들의 그와 같은 기대에 부응하여 대권 예비후보자들 사이에 벌써부터 갖가지 공약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 판세가 치열할수록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들이 난무하고 결국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 우리가 익히 경험했던 현상들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경제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경제문제가 완화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첫째, 각 경제주체들 사이에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처방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저임금이나 저곡가정책을 시행한다면 상대적으로 큰 비용을 부담하는 노동자나 농민들은 그와 같은 정부정책에 대해 격렬히 반대할 것이다. 물가안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동의할지라도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국민 각자가 처해있는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경제정책을 선택하는 데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하나의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또 다른 경제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공장의 신·증설이 불가피하지만 이로 인해 환경문제라는 또 다른 경제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셋째, 국민들의 장기적인 안목이 결여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국민들은 미래보다는 현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정부정책이 장기적으로 초래할 결과에 대해 소홀히 하기 쉽다. 특히 경제정책이 단기적으로 보약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약이 될 수 있거나 반대로 단기적으로는 쓴 약이 장기적으로 보약이 될 수 있는 경우, 과연 어떤 정책을 선택할지 결정짓기가 쉽지 않다. 정책당국이 다음 선거 등과 같은 정치적 사정을 고려할 경우 대부분의 경제정책들은 단기적인 효과를 기준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비록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클지라도 우선 당장 국민 다수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경제정책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경제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편견이 심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매일 대중매체를 통해 나름대로 경제문제에 대한 지식을 축적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 각자의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다양한 주관을 갖게 되고 그 주관 속에 편견이 끼어들 소지가 크다. “수입자유화는 국가 이익에 반한다”, “외국자본 유입은 국부를 유출시키기 때문에 저지되어야 한다”, “외채든 국채든 빚은 나쁘다” 등등, 좋고 나쁜 것에 대한 주관적 견해를 신념처럼 갖는 수가 있다. 그 결과 정부의 처방에 대해 쉽게 수긍하지 못할 때가 많고 정부 또한 여론에 밀려 정책을 실기하거나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은 장기적인 파장보다는 우선 인기 있는 공약을 내세우려고 한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기대난망인 경제문제 해결사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비전과 함께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며 함께 고통을 감내하자고 호소하는 양심적인 후보자를 찾는 데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임 덕 호 한양대학교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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