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발전소, 파리 퐁피두센터

노 경 화 멀티미디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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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가 레이너 밴험이 지난 70년대가 만든 유일한 대중적 기념비라고 평가한 장소이자 지난 77년 개관 이후 10년동안 하루평균 2만5천명, 연 입장객 7천400만명이 찾은 세계 관광 명소 1위는 어디일까?

그곳은 지난 2일 개관 30주년을 맞은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프랑스 국립 현대미술관)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5만여점의 현대미술작품들을 소장하고 있고 여전히 세계인들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매년 700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건축사의 혁명으로 불리는 매력적인 건축 형태는 물론 대중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체험과 프로그램 기획력 등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지난해 12월 필자는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이하 퐁피두센터) 초대로 설치미술가인 야니크 콜러 초대전에 다녀왔지만, 평소에도 유럽예술가들과 자주 만나 예술에 대해 토론하는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건축의 역사는 한마디로 중력이란 무게와의 전쟁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필자에게 흥미로운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건축의 주재료인 콘크리트의 발명, 고딕양식, 퐁피두센터 등이다. 1천년 전 로마에선 두 가지 이상의 자연재료를 혼합·가공해 강도를 유지하는 콘크리트를 발명했다. 이 건축재료는 기존에 사용했던 자연재료인 돌, 흙, 나무 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화학적 제품이다. 이후, 중세시대 고딕양식의 특징은 플라잉 거더이다. 중력에서 해방된 이 건축양식은 외부의 틀을 쌓은 후 내부 공간을 완벽하게 텅 비워 건축의 높이에 무한한 날개를 달아줬다. 고딕양식인 독일의 쾰른 대성당의 높이는 127m에 이르며 파리 노트르 담 성당은 고딕 양식의 진수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퐁피두센터는 지난 69년 프랑스 전 대통령이었던 조르주 퐁피두가 직접 기획했다.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문화와 인간 사이에 존재했던 전통을 극복할 수 있는 복합 예술문화센터 건립을 국책사업으로 삼았다. 회화를 소장하고 전시하며 음악, 영화, 전문 도서관 등의 기능이 집결된 열린 문화예술 공간 개념이었다. 퐁피두센터의 공동 설계자였던 두 사람, 리처드 로저스와 랜조 피아노는 진보적인 건축가로 건축사를 형태나 양식 등보다 과학기술의 진화로 보았고 미완성의 미학을 건축철학으로 삼았다.

공간 조작으로 경사진 보부르 광장, 그 옆에 있는 퐁피두센터 구조는 건물의 안과 밖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형태이다. 내부 공간을 최대한 유연하게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내부 설치물들을 모두 외부로 끌어 냈다. 건물 구조가 거대한 파이프들의 조합처럼 보이는 외부 형태는 철저한 룰에 의해 강한 색으로 표현된다. 즉 파란색은 공기 순환, 노란색은 전기배선, 초록색은 급수 파이프, 빨간색은 동선 등을 나타내는 통로의 색상이다. 설계자는 퐁피두센터가 기념비적인 존재가 아니라 대중과 끊임없이 쌍방향 작용하는 예술문화공간이길 바랐고 그들의 희망은 이뤄졌다. 특히 랜조 피아노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문하생을 고용, 이들의 문화를 건축에 반영하면서 현재까지 지구촌을 누비고 있다

유럽의 정서는 한 개인이 탁월한 열정으로 오랫동안 성찰해온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 특별한 영향력을 만들고 확산시켰는가에 주목한다. 특히 프랑스 사회는 개인의 독특함(Unique)과 다양성 등을 존중하되, 총체적인 관점에서 뛰어난 사람을 원한다. 이같은 사회 배경과 비전 등을 갖춘 지도자의 강한 의지가 퐁피두센터를 미래에 세운 것이다.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 책임자다. 그래서 예술은 정치이고 힘의 상징이자 한 나라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노 경 화 멀티미디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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