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신 모 교수로부터 불거진 학력위조 사건의 파장이 점입가경이다. 교육계에서 시작된 학력 위조 문제는 연예계에서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그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학력을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으로 속여 온 사실을 고백하고 있고 정보 제공업체에 자신의 학력을 정정해달라는 사람도 크게 늘고 있다. 청춘남녀의 맞선을 주선하는 업체 관계자는 신청자들에게 학력 입증 서류의 제출을 요구하자 반 가까이가 맞선을 포기하는 촌극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입학도 하지 않은 대학을 모교라 하여 그 대학에서 특강까지 한 대중스타를 그 대학에서는 잘 몰랐다는 말로 책임을 면하고 있다. 자신의 저서에 허위 학력을 기재한 어떤 이는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니라 출판사에서 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왠지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 얼핏 보면 개인의 도덕성 문제지만 이렇게 학력 만능주의가 만연하도록 만든 사회적 책임이 더 크다. 학벌 지상주의 사회가 학력 콤플렉스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세를 얻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콤플렉스를 가지고 산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콤플렉스라는 이름으로 우리 마음에 그늘을 드리운다. 그 중에서 더 많이 배우지 못한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 학력 콤플렉스는 오기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더 좋은 대학 졸업장으로 학벌사회에 편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유명 대학에 대한 콤플렉스 또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학위 비인가 대학에서는 이같은 학력 콤플렉스를 이용해서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패키지로 묶어 1천 달러 남짓이면 일주일 안에 학위를 발급해 주는 학위 장사를 하고 있고, 미국 저명 대학의 유능한 보직 교수조차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발각되어 학교를 떠나야 했다는 소식은 학력 콤플렉스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학력 콤플렉스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열이면 여덟, 아홉이 대학 졸업장을 따는 현실이고 보면 머지않아 우리 사회는 학력 콤플렉스에서 학벌 콤플렉스로 옮아갈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게 학력과 학벌이 평생 달고 다니는 훈장이거나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멍에로 인식되는 한 우리 사회에 오만과 편견이 넘쳐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학력과 학벌 콤플렉스가 사회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해서 엉뚱한 평등주의를 의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좋은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더 많이 배워서 실력과 능력을 갖추는 것은 개인과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장려할 일이다. 병폐는 학력이 평가 척도의 전부인 것 같은 사회 분위기와 특정 학벌이 권력화하는 것이다. 유명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과 사회적 기여의 전통을 존중하고 인정하되, 진정한 능력을 갖춘 학력(學力)이 간판 중심의 학력(學歷)에 우선하는 사회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교육의 형식보다 교육의 내용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서 배우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자신의 일에 정성을 쏟을 줄 아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들녘 한 모퉁이에 핀 이름 모를 풀꽃은 소박하기 그지없지만 온실에서 철모르고 길러진 장미나 튤립 같은 꽃에게 왜 나보다 아름답냐고 볼멘소리를 하지 않듯이 각자의 역할에 따른 제대로 된 사람의 평가가 우리 사회에 정착돼야 한다.
남보다 앞서기 위한 교육보다 남과 더불어 함께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열심히 해서 많이 이룬 사람을 인정하는 자세와 많이 갖지 못하고 이루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태도를 중시하는 가르침을 우선해야 한다.
이 승 후 재능대 아동학과 교수 전국대학문예창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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