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문호는 참으로 오랫동안 ‘좁은 문’이었다. 마치 ‘철옹성’처럼 빗장이 걸려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한 대학의 문이 드디어 활짝 열리고 있다. 소수 엘리트를 위한 귀족교육의 아성처럼 도도하게 군림해 왔던 학문의 상아탑이 열리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대학은 이미 대중화 단계를 넘어 보편화 단계에 이르렀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의 경우 이미 수년전 대학진학률이 80%를 훌쩍 넘어섰다. 그 어떤 선진국에서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고등교육취학률과 진학률 그리고 대학인구의 공룡식 성장과 고공행진이 놀랍게 나타나고 있다. 대중을 향해 민중 속으로 대학이 다가서고 있다.
그뿐이던가? 본격적인 평생학습시대를 맞아 한국형 열린 대학 체제의 효시를 열었던 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개방대학, 산업대학 그리고 최근 그 지평을 크게 확대시켜 나가고 있는 디지털 원격대학과 풀리텍 기능대학 등의 출범이 그 한 예이다. 세계 초유로 실시된 한국형 블루오션 브랜드 정책의 하나인 학점은행제와 독학사제도, 시간등록제, 문하생학력인정제 등 또한 대학 문호 개방의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들 대안적 형태의 새로운 고등교육체제를 통해 연간 수만명씩 국가 학사학위 소지자들이 배출되고 있다.
금년 2월22일 학점은행제 학위수여식에서 배출될 학사학위 수혜 인원만 해도 무려 2만1천명으로 전년 대비 크게 두드러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누구든 공부할 마음만 있으면, 최소한의 능력과 준비만 있으면 대학교육 수혜 기회가 널리 확대되고 있으며 일과 학업을 양립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시사한다.
대학의 3대 기능은 교수·연구·사회봉사이다. 이즈음 대학들은 앞 다투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열린 대학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관민산학연 네트워크 모델을 축으로 새로운 대안형 대학 모델을 구안하고 있다. 2008년 교육부가 야심차게 실천을 담보하고 있는 권역별 ‘평생교육 중심대학 모델’ 또한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대학평생교육원 운영이라는 수준을 넘어 성인을 위한 별도의 특별 성인학부나 계속교육학부를 운영함으로써 본격적인 평생대학으로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도모할 수 있는 블루오션 과제로 의미가 크다.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내놓은 교육비전 2030 리포트 전망에 따르면 미래 세계 학습의 키워드는 이른바 학습 유목민들이 빚어내는 ‘경계를 넘나드는 학습’이 될 것 같다. 시공을 초월해 배움이 있는 곳, 귀한 가르침과 핵심 정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배움을 구하는 학습 보보스족, 학습 노마드족들의 유비쿼터스 학습 시대가 열릴 것 같은 전망이다.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 그리고 배움과 가르침의 포맷에서조차 완전한 파격이 예상된다. 형식교육과 비형식학습 그리고 무형식학습들이 마구 어우러져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배움의 모델을 빚어내게 될 듯하다.
OECD 또한 일찍이 미래교육 리포트에서 미래 학교의 변화될 모습을 구상함에 있어 전통적인 가르침의 장으로서의 학교가 가르침과 배움이 씨줄 날줄로 엮어지고 결합되는 네트워크형 기관으로 또는 인포멀한 오픈 스쿨 형태의 학습조직으로 진화될 것임을 전망한 바 있다.
빠른 속도로 열리고 있는 상아탑 속에서 이 땅의 수많은 대학교육 희구 열정 세대들이 새로운 포맷의 다양한 틈새 대학들을 만나 배움을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 속에서 수많은 성인학습자들과 노년의 실버학도들이 그들만의 새로운 학습세상을 개척하여 행복한 ‘평생학습캠퍼스 시대’를 구가하는 모습을 기쁨으로 상상해 본다.
최운실 아주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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