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로스앤젤레스)는 한국땅?’

박인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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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언어와 시공을 초월해 서로 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묘한 마력을 가진 예술분야다. 지난 8월 23일과 24일 양일에 걸쳐 금난새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주야 말로 우리 교민과 외국인 등 모든 관객을 하나로 만든 가슴 뭉클한 무대였다.

창단 후 10여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전 단원의 해외공연이 처음이었던 이번 연주회를 우리 교민이 100만명이나 거주하고 있다는 LA에서 갖게 돼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LA지역 사정을 들여다 보니 교민이 많다는 이유로 고국에서 유명한 대중가수가 콘서트를 갖거나 소규모 클래식 실내악단의 공연은 있었지만 80여명의 대규모 편성의 교향악단 방문 연주는 LA에서도 처음이었다고 하니 그 사실만으로도 관객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23일 공연을 선보였던 월트디즈니콘서트홀은 세련된 겉모양부터 공연장 내부 구석구석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고, 2천700석의 객석을 가득 매운 채 경기필의 열정적인 연주가 펼쳐졌다.

이날 레퍼토리 중 크로스오버 편곡의 귀재로 손꼽히는 이성환 편곡의 ‘얼의 무궁’은 우리가곡 동심초, 그리운 금강산과 아리랑, 코리아환타지 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교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앙코르 곡으로 코리아환타지 후반부인 애국가 등이 편곡된 곡을 선사하니 그 감동은 고조를 이뤘다. 교민의 향수를 달래기에 충분했던 감동적인 무대였다.

미국이민 100년사를 돌이켜 보면 해외에서 서양과 동양이라는 거대한 이중문화 속에 동포들의 삶이 어찌 순탄하기만 했을까. 100여년전 태평양을 건너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게일릭호를 타고 온 102명의 한국인이 첫발을 디뎠고, 사탕수수농장의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낯선 땅에 선 이들이 미주이민의 시작이었음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이민역사는 어느덧 100년이 훌쩍 지났고, LA에만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이 100만명이 넘는 거대한 출장도시로 자리잡혀가고 있다.

현지에 가서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는데, 우리를 안내하던 한국인 가이드는 LA시내로 들어서자 웅장한 외관을 자랑하는 빌딩을 가리키며 한국인 소유가 여기저기라고 분주하게 손을 옮기며 전했고, 마치 자신의 빌딩인냥 자랑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LA에 머무는 일주일여 기간 동안 한국어 상호를 쉽게 접할 수 있었고, 한국음식, 서비스사업 등 마치 서울의 어느 동네 한편의 모습과 다를 게 없는 모습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이민의 삶에 지치고 고향의 향수를 달래 주며 21세기 고국의 진정한 문화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많은 LA교민들을 보면서 또 하나의 거대한 문화시장으로의 잠재적인 가치를 감지할 수 있었다. 약 1만㎞ 상공을 날아야 닿을 수 있는 먼 곳이지만 공연문화를 실어 나르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임을 문화전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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