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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겸 다녀온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열사 생가를 둘러본 가을은 푸르고 들판은 황금빛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었다. 모처럼 만난 해바라기, 한들한들 피어있는 시골길 코스모스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 청국장음식점에서 그냥 가져가라는 호박과 고추 바구니 인심은 풍요롭기만 했다.
이른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자 L시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를 접하게 되었는데, 도로변을 따라 오수관로 공사를 하기 위하여 폭 2m, 깊이 3m 정도 파고 맨홀을 내려놓고 중심을 잡는 순간, 도로 위 3m 높이에 쌓여 있던 흙더미가 무너져 내렸다.
같이 있던 동료 작업자가 “피해!” 하는 순간 미처 피하지 못하고 흙속에 묻혀 버렸다. 30여분 만에 119에 구조되어 병원으로 급히 이송하였으나 질식으로 숨지고 말았다. 먼 타국에서 취업비자를 만들어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던 45세 중국 노무자의 마지막 길이었다. 그 가족들의 슬픔, 이루 말로는 할 수 없으리라.
오래 전 리비아 건설현장에서 고향을 그리며 일하던 그때가 생각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고확인 차 현장에 도착하니 깊어 보이지도 않고 사고가 발생하리라곤 생각도 들지 않는 조그만 웅덩이 속에서 사고가 났다.
관로매설 작업을 할 경우 굴착면의 기울기가 보통 흙의 경우 1:0.5 내지 1:1이 되도록 시공하거나, 간이 흙막이 설치를 하여함에도 이를 무시하였고 굴착한 토사를 굴착선단부에 적치하여 붕괴 위험을 가중시켜 발생된 사고였다.
지난해 60여 명, 금년들어 화성, 양평, 이천에서 각각 1명씩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붕괴·도괴로 전국에서 30여명 이상의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토사 1.5m 이상 굴착하는 경우, 사다리를 설치하고 토질에 따른 경사도를 유지하거나 흙막이를 설치하여야 하며, 깊이 2m 이상일 경우 1m 이상의 폭을 유지하고 해야 한다. 굴착토사는 굴착 깊이 이상 떨어진 곳에 적재해야 하는 등 안전수칙을 건설공사 노무자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괜찮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에 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과에서는 일정규모 이상 특정관리대상시설에 대한 점검, 공사장 점검 등 재난예방 활동과 더불어 도민 누구라도 원한다면 소규모 주택, 석축 등 불안전요인에 대하여 무료 안전점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에 의하여 안전성 여부를 쉽게 확인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니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후진국형 재난은 피할 수 있으리라 본다. 오늘도 “편안하고 안전한 하루”이기를 기원한다. /최종효 道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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