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위기’이다. 미국 월가에서는 잘 나가던 투자은행들이 사라졌고, 자동차산업이 사상 최악의 영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에서도 정부들이 앞다투어 지급보증안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동유럽국은 외국자본의 탈출러시로 국가부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브라질과 인도 등 브릭스 국가군에서도 은행주식이 반 토막 나고, 제조업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 IMF는 이달 초 불과 한 달 전인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성장률 예상치에서 대폭 하락한 예상치를 다시 내놓았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한국 또한 주식과 환율이 요동쳤었고, 심한 홍역을 치렀다.
이와 같은 위기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막연히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위기와 기회는 같이 온다고 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세계 시스템의 위기 뒤에는 항상 신흥강국이 등장하였다. 산업혁명과 영국, 세계대전과 미국, 냉전시대 독일과 일본, 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부상 등 혼란의 시대를 기회로 삼은 국가가 반드시 존재한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기를 대한민국의 도약의 기회로 삼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위기가 대한민국의 기회로 될 것인가. 무엇보다도 우리 원화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여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현재까지 국제외환시장에서 기축통화는 미국의 달러 밖에 없었다. 물론 유로화나 파운드, 마르크화 등이 보조적인 통화역할을 하였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독일보다 두배나 많은 2천400억 달러임에도 불구하고 여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환율의 등락이 격심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유통을 유도하고 위상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원화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것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진 일본의 엔화의 영향력이 경제력에 훨씬 못 미치는 현실을 볼 때 분명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공동통화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달러중심의 단극집중체제에서 로컬통화를 축으로 하는 다극안정체제로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 금융계에서의 한·중·일 3개국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3조 달러를 뛰어넘는다. 미국과 유럽이 내놓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또한 GDP 규모 세계 13위, 외환보유액 규모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함으로서 국가신용의 건실성을 인정받았다. 따라서 세계를 양분하였던 미국과 유럽의 통화체제가 균열을 맞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중·일이 공동 통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향후 글로벌 세계경제질서에서 아시아의 위기관리와 지역협력를 이루는 역내 리더그룹으로서의 등장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동아시아국가군의 영향력 확대는 미국의 달러경제와 유럽의 유로체제 간의 글로벌 중재자 역할로서의 부상은 물론, 아시아에 거대한 ‘금융댐’을 건설함으로서 세계 금융위기의 완충지이자, 로컬 리스크관리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의미를 갖는다.
지금 우리는 비록 위기의 시대에 발 딛고 서 있지만, 시선은 개척의 기회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실천은 선제적이고, 확실하며, 나아가 충분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아시아 공동통화체제’는 크게는 글로벌시장에서 아시아의 힘을 결집하고, 작게는 대한민국의 역내 시장의 창출과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확산·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비전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담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G20회의에서 아시아 신흥국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선언이 이어지면서 역내 파트너십이 형성되었다. 이와 함께 아세안 회원국 간에 양자간 통화스왑을 내용으로 800억 달러 규모 공동펀드를 조성하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가 체결되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내년도 G20 공동의장국이 된다. 아시아 금융의 프론티어, 무겁지만 지금, 그 큰 걸음을 시작해야 할 때다. /김영선 국회의원(한·고양 일산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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