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학교 통폐합 당장 중단돼야

성근제 인하대 연구교수·중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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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농촌의 황폐화를 낳고, 농촌의 황폐화가 다시금 도시로의 집중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해당한다. 물론 도시로의 인구 집중과 이로 인한 도농 격차라는 문제는 비단 우리 사회만이 안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동서양의 현대 사회가 공히 안고 있는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성격의 문제이며, 때문에 그 원인과 계기 역시 매우 다양한 수준과 차원에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나라의 경우로 범위를 한정시켜 놓고 이야기한다면, 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가속화시키는데에 빼 놓을 수 없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도농간 ‘교육 환경’의 심각한 격차이다.

교육 환경의 격차라는 문제 내에도 여러 가지 차원이 존재한다.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문제 하나가 바로 대학입시와 관련된 고등학교 교육환경과 이와 관련된 기타 사교육 여건의 격차이다. 역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이슈화돼 있지만, 훨씬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초등교육 여건의 심각한 불균형이다.

이미 몇 해 전에 교육부는 농산어촌학교의 통폐합을 정책적 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을 것임을 천명한 바 있으며, 실제로 이 정책은 (수 없이 많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의 계획에 따르면 670여개 학교가 통폐합 대상이 되는데, 그 가운데 500개 이상이 농어촌과 산간 마을에 위치한 초등학교이다. 그 결과 2009년 현재 이미 면단위 행정 구역 안에 초등학교가 하나도 없는 지역이 수십 개 지역에 이른다. 교육부는 출산율 저하로 인해 소규모 학교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농어촌 초등교육이 심각한 고비용 구조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교육 재정의 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렇잖아도 열악한 교육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농어촌 초등학교를 통폐합해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추진 실적에 따라 성과금 성격을 예산을 지원하면서 지자체를 독려하고 있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고운 소리가 나오진 않는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안 된다는 둥, 초등교육은 국민의 가장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사항 가운데 하나라는 둥, 저 벽창호들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을 것 같은 얘기는 잠시 미뤄두기로 하자. 아무리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손 치더라도 언필칭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한다는 이 나라에서 그 어린 학생들이 아침 저녁으로 몇 십키로를 통학하도록 하는 것도 과연 ‘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로 인해 초래될 것이 자명한 농어촌의 기본적인 생활 조건의 붕괴에 눈을 감은 채 교육 예산의 절감을 앞세우는 것도 과연 국가의 ‘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두말할 필요없이 지금이라도 당장 통폐합은 중단돼야 한다. 교육부가 관심이 없다면 지자체라도 나서야 하며, 자치단체장이 관심이 없다면 주민들이 나서서 단체장을 압박해야 한다. 내년이면 단체장 선거다. 나는 내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농어촌학교 통폐합 문제가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로 부각될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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