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의 재발 막아야

며칠 전(7월31일) 국제 엠네스티는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에 대한 대한민국 경찰의 대응방식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국제 엠네스티는 대한민국 경찰이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유엔이 정한 법집행 공직자 행동 강령을 포함한 국제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요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은 물과 음식의 반입 차단, 의료진 접근 차단 조치에 대한 해제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여기에 더해 테이저건과 같은 잠재적 살상 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사측과 경찰은 지난 달 16일 이후 해고 노동자들이 점거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공장 내 도장 공장으로의 식량과 물 공급을 차단하고 있으며,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적잖은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일 이후 현재까지 의료진의 접근을 단 세 차례만 제한적으로 허용했을 뿐이다. 목하 평택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여하한 찬성과 반대의 주장과 관계없이 음식과 물, 그리고 의료진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는 명백하고도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민주공화국에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공권력의 남용임에 분명하다.

이미 지난 해 촛불 시위 이후로 점차 정도를 더해가는 경찰의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최근에는 인권 활동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을 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선임하면서 국내외의 우려와 빈축을 사더니 급기야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차기 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포럼(APF) 연례총회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결정하는 충격적인 외교적 악수를 범하고 말았다. 대륙별 순환으로 의장국을 선임하는 관례에 따라 이번 총회에서 대한민국이 의장국으로 이미 내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관계자들의 충격은 더욱 컸으며, 이로 인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실추는 쉽게 만회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망신스러운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부끄럽게도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서서 보면 국제적 망신도 괜찮고, 그로 인한 국가 이미지의 실추도 괜찮다. 이를 계기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시작된다면 그것은 언젠가 만회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목하 진행되고 있는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정말 두렵고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반인권적 조치의 결과로 용산 참사와 같은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다. 이미 상황은 국제적 기준의 준수나 인권의 보장이라는 차원을 현저히 벗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낮 12시 노사 간의 마라톤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이 폭염 속에 도장 공장에 대한 단전 조치가 이루어졌다. 에어컨과 전등, 환기 장치는 당연히 작동을 멈추었으며, 이로 인해 도장 공장은 암흑과 폭염, 그리고 각종 인화물질과 유해 가스로 가득한 완벽한 고립무원의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절망적 상황에 놓인 수 백명의 농성자들을 향해 다시금 공격적인 진압 작전이 전개된다면 그 결과가 어떠할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또 다시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정권에게도, 경찰에게도, 쌍용차 회사에게도,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적어도 이러한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 만약 이러한 비극적 사태가 재발한다면(혹은 이 글을 읽는 시점에 이미 발생‘했’다면) 이제까지 사태를 수수방관해 온 정부는 그 궁극적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성근제 인하대 연구교수·중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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