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중앙집권 쓰나미 몰려온다

1960년대 보리고개가 만연하던 가난했던 시절, 대가족제 하에서 결혼한 자녀들은 소득이 생기면 일단 어머니께 드리고 어머니는 자녀들의 가정마다 생활비를 나눠주었다. 이 때문에 며느리와 시어머니간에 생활비와 분가를 이유로 다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였다. 지금은 부모가 결혼한 자녀를 당연히 분가시켜 자신의 책임과 자율로 새 가정을 꾸리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은 유감스럽게도 농업국가일 때의 대가족제 바로 그 모습이다. 헌법이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지만, 자기살림을 자율적으로 스스로 책임지는 지방자치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246개 지방정부 중 국가가 지방정부 운영에 보태 쓰라고 주는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고 지방재정으로 자립할 수 있는 곳은 9개 뿐이다. 지방정부가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이유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2라는 사실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돈으로 지방정부를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타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뿐 아니다. 지방의회가 지역의 발전과 지방행정에 꼭 필요하여 주민의 권리제한, 의무부과, 벌칙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고 싶어도 국회와 정부가 상위법을 정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입법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허울뿐인 지방자치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지방정부들은 국가의 입법권·행정권·재정권, 그리고 국가의 특별지방행정기관 이관 등 지방분권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방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집권초기부터 실질적인 지방분권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일부 특별지방행정기관 기능을 시도로 위임하고, 국세인 소득세·소비세 일부를 지방세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지방분권 조치에 위기를 느끼고 있던 중앙집권론자들이 일부 정치권과 합세하여 중앙집권적인 행정구역개편과 헌법개정을 여론화 하고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지방소득세 도입을 1년 넘게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태도는 분가를 반대하는 고집스런 시어머니처럼 중앙집권적 재정구조를 조금도 변경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국가권력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의 창의적 능동적 동력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국가는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2003년 헌법을 개정하여 지방분권국가임을 천명하고 국가특별지방행정기관 폐지 등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다. 독일은 헌법에서 소득세와 소비세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국은 지금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정부가 자립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지역과 경쟁하도록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협력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때에 중앙집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지방행정체제개편과 헌법개정안이 제안된 것은 역사의 흐름을 지방분권이 아니라 중앙집권으로 되돌리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각 지방정부를 수도권과 대등한 국가발전 엔진으로 키워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지방정부를 조속히 분가시켜야 한다. 중앙집권을 향한 헌법개정, 지방행정체제개편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모든 국민은 중앙집권의 쓰나미에 맞서서 선진국형 지방분권제도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뜻을 모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지혜를 발휘하자.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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