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리처드 탈러’ 교수가 쓴 ‘넛지’라는 책을 뽑아들었다. ‘넛지’(nudge)의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주다’이다. 일반적으로 ‘타인의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넛지는 인간으로 하여금 선택을 유도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명령이나 지시는 아니다. 인센티브와도 다르다. 넛지는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설계’의 부드러운 기술이다.
많은 예가 있다. 암스테르담 공항의 남자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던 것,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전구의 색깔이 빨갛게 변하도록 하여 전기소비량을 줄인 것, 쓰레기 무단투기지역에 꽃담장을 조성해 쓰레기를 줄인 것, 냉장고 문에 오목거울을 붙여놓고 실제보다 뚱뚱하게 보이게 해 간식을 꺼내려는 손을 멈추게 하는 것도 넛지를 이용한 방법을 보여준 것이다.
성공보다 좌절이 쉬운 장애학생들
요즈음 교육현장에서 시행되는 여러가지 바우처제도도 그 일환이라고 본다. 넛지이론의 요체는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는 방임 또는 강제와 지시에 의한 억압보다 자유주의적인 부드러운 개입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특수교육현장에 근무하는 필자로서는 교육현장의 지도성이 보다 ‘넛지’스러워지면 교직원들이 더 편하게 근무하며 아이들을 잘 지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성공보다는 좌절과 실패경험이 많은 장애학생들에게 교사주도적인 지시와 강제적인 개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학생들에게 똑똑한 선택과 결정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교육방법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특수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직접적인 지적과 질책은 학생을 오히려 주눅 들게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참여할 수밖에 없는 ‘긍정적인 행동지원’(Positive Behavior Support)을 해야 한다.
부드럽게 유도하는 ‘넛지’교육 필요
교직원에 대한 지적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충고는 아무리 옳아도 받아들이는 사람은 일단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충고의 방법도 슬며시 옆구리를 쿡쿡 찔러 상대방을 알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얼마 전 교직원들에게 질책성 지적을 할 일이 있었다. 마음 속에서는 ‘특수교육을 한다는 사람들이 단합하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 집착하며, 학생들 지도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보다 긴장하여 근무하자 등등’이었다.
그러나 회의시간에는 점잖게 넛지이론을 소개하며 ‘특수교육현장에서 교직원 간 업무수행에 따르는 갈등요인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넛지적인 방법은 유용하다. 아울러 아동지도에도 온화하고 인간적 면을 강조하는 넛지전략이 장애학생의 성정과 맞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공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넛지는 교육공학적인 방법면에서 유용할진 몰라도 본질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철학적인 본질은 바로 진정성과 일관된 성실성이지 않을까 한다. 요즈음 ‘엣지’(edge)라는 표현이 유행이다. 교육현장을 위시해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에서 넛지 전략을 엣지있게 구사하는 것도 한 가지 멋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본다.
/김 우 자혜학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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