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은 BC 480년 제3차 페르시아전쟁 때 그리스를 침공하는 페르시아 100만 대군을 막기 위해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300명의 용사들을 이끌고 테르모필레 협곡을 지킨 실제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다.
거대한 강군과 맞서는 무모한 싸움이지만 스파르타의 용맹한 용사들은 나라와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의 명예를 위해 불가능한 이 전투에 맹렬히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건다. 이 전투에서 레오니다스 왕을 비롯한 전원은 장렬하게 전사한다.
그러나 이 전투는 전체 페르시아 전쟁에서 중요한 승패의 분수령이 되었고 이후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동서양의 역사와 문명이 격렬히 충돌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파르타인들은 전투에 임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진형을 구성하여 적들과 싸운다. 4명의 창병이 1팀이 되어 서로 등을 맞댄 네모꼴의 방진을 구성하여 공격과 방어를 겸하는데 그 파괴력이 엄청났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방진은 한 면이 취약하거나 허술하면 전체가 무너지는 전투구조라는 것이다. 300명의 용사가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필사적으로 적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퇴각하지 않을 수 없는, 그래서 결국은 전멸을 당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바로 조국을 배신하는 한 사람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에게 산을 넘을수 있는 비밀스러운 샛길을 페르시아군에게 알려준 것은 바로 다름아닌 장애인이었다. 밀고자는 그 고장 출신의 지체장애인이었다.
스파르타는 강력하게 양성된 시민을 중심으로 국가중심의 전제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사회였다. 아이들이 병약하거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면 산속에 버리거나 죽음에 처했다. 장애인으로 태어난 그는 자신을 몰래 숨겨준 아버지의 뜻을 살리고자 군인이 되어 자기도 시민의 한사람으로 당당하게 전투에 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장애로 인하여 방패를 들어올려 자신이 맡은 방진의 한부분을 감당할 능력이 없음을 알게 된 레오니다스 왕은 그를 배척하고, 분노와 좌절로 앙심을 품은 그가 최후로 택한 것은 샛길을 알려서 조국을 배신하는 선택이었다.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특수교육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300’의 주인공들과 같은 일당백의 자세가 필요하다. 어떠한 상황이든 특수교육의 본질을 견지할 수 있어야 하고, 나보다는 조직과 전체를 중시하고, 권리보다는 의무를 우선시하며, 대접받기 보다는 조용히 밑거름이 되는 희생자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힘든 특수교육인데. 이제는 더 희생하고 더 일하라고 한다. 시대적인 분위기가 개인의 개성과 행복을 최우선하는데 왜 우리만 손해를 봐야하는가? 그렇지만 특수교사는 장애학생들을 위해 선발되고 자원한 용사들인 것이다.
특수교육은 힘들다. 어떠한 상황이든 모든 사람을 안고 가야 한다. 장애의 유형과 장애의 정도를 불문하고, 교육의 효과가 크든 작든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비록 그가 창과 방패를 들 힘이 없어서 자신의 몫인 방진을 지켜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영화는 동서양 문명의 승패를 좌우한 중요한 전투에서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을 장애인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려운 가운데 묵묵히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가고 있는 이 땅의 300전사들에게 작은 격려를 드린다. /김 우 자혜학교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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