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은 현재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하는 의과대학은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이고, 일반 대학 졸업 후 4년간의 의학 전문 대학원 과정은 정부에서 각 대학에 전환을 권유하는 방식이다. 물론 명칭과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다를 뿐 교육기간이나 내용은 동일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의과대학을 유지하거나 의학대학원에서 대학으로 전환을 원하는 대학과 이를 반대하는 정부 사이에 논란이 있다. 이는 냉정히 평가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한 대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다. 과학고를 나와 과기대 전자공학과를 다니는 학생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려고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휴학 중이었다. 이유는 안정된 직장과 수입 때문이라고 했다.
이공계의 우수한 교육을 받은 학생이 현실적 이유로 의학전문대학원을 선택하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이공계 소외현상 때문에 의학전문대학원이 해결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이 비슷하다고 한다.
의과대학과 전문대학원을 병행하고 있는 서울의대 교수들의 설문에 의하면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해 61%가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다. 그 문제점으로 학업연령증가, 비싼 등록금과 의대와 동일한 교육내용, 안정적인 직업을 위한 진로, 졸업 후 진로 결정 중 경제적 욕구가 큼, 진취적 정신결여, 학업능력저하, 기초의학 전공자 감소, 경제적으로 유리한 임상과 지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의학전문대학원의 목표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의사의 육성이다. 하지만 의전원의 현실은 전공만 다양할 뿐 의사가 된 후의 모습은 똑같은 것 같다.
한 사람에게 여러 전공을 가르치겠다는 발상은 그럴싸한 방법이긴 하지만 현실은 그러한 방법에 의문을 갖게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 사람의 천재가 필요한 시대는 이제 끝나고, 다양한 분야의 다수 종사자들이 효과적으로 협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또 20세기를 지나 21세기를 선도 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의학에도 천재를 만드는 것보다는 다양한 전문가가 협력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의료 수준은 이미 선진의료기술에 뒤지지 않고 그동안의 의과대학 교육 틀에서 충분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의학교육을 이야기할 때는 우리가 원하는 의사의 모습을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몇 십년간 노숙자나 쪽방촌 환자를 무료로 진료하는 영등포의 요셉의원의 원장님도 있고, 수입이 많은 전공을 선택해 큰 병원을 이룬 의사도 있다. 우리는 실력과 수완뿐 아니라, 마음이 따뜻한 의사를 양성하기를 원한다.
교육은 이러한 생각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대다수의 의사에게는 공학이나 또 다른 생물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공감하며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태도나 열정이 더 중요하다.
정부의 정책을 보면 교수들도 배제하고 일부 전문가를 내세워 정책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의학전문대학원 문제도 직접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들의 생각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교수들이 협력하여 실력도 있고, 환자도 사랑하는 의사를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교육은 없고 행정만 남으면 안 된다. 이것은 논쟁할 필요도 없고 국민들에게 묻지 않아도 되는 당연한 것이다./류 센 경기도의사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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