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축가를 포함해서 50만원!” 지난 11월20일 이홍렬 씨가 진행하는 락(樂)락(樂)페스티벌 공연에서 무대 제일 끝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의 외침이었다. 이 외침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모두 의아해하면서 갑자기 장내가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결손가정 아이들 겨울나기’를 위해 진행된 락락페스티벌은 어린이재단과 함께 한지 올해로 5회 째를 맞는다.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문화 콘서트로 개그맨 이홍렬이 페스티벌 진행을 맡고 가수들에게 애장품을 지원받아 경매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방식이다. 첫번째 경매품으로 가수 박상민이 직접 만든 목걸이가 나왔다. 3만원에 시작된 경매가는 금세 20만원까지 오른 후 잠시 조용한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 이런 고요를 깨고 분위기를 반전시킨 젊은 여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목걸이 경매가로 후원금을 50만원 낼테니 본인의 결혼식에 박상민이 직접 와서 축가를 불러달라는 것이었다. 장내에서는 그 여성을 지지하는 함성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어떻게 그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우리 모두 그녀의 센스에 지지해 주었고, 박상민 또한 좋은 일에 기부도 하고 새 출발을 하는 젊은 부부에게 노래로써 격려해주니 뿌듯함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50만원으로 스타가 직접 만든 목걸이도 얻고 덤으로 가수로부터 결혼식 축가를 따낸 그 여성에게 ‘행복을 베팅’했다고 부르고 싶다. 드라마였다면 연출이 가능했겠지만 이것은 현실이었다. 행복을 베팅한 여성은 매우 만족하고 감사하는 표정이었다. 일반인이 가수를 불러 축가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그 여성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겠지만 필자는 기부와 나눔이라는 관점에서 행복한 베팅을 말하고 싶다.
결혼식 날 박 씨가 축가를 부르면 아마도 결혼식장에는 감동과 행복으로 물들어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할 것이다. 이 여성의 ‘행복 베팅’ 사연은 자연스럽게 알려지고 모두들 그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줄 것이다. 더불어 ‘기부와 나눔=행복’이라는 공식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젊은 신부의 선택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날의 멋진 외침은 엄마가 되어 자녀들에게 전해 질 것으로 본다. 엄마의 영웅담이 아이들에게 자랑으로 이어지고, 엄마의 행복한 베팅이 기부와 나눔의 소중함을 실천하고 전하는 가족으로 탄생할 것이다. 이 상황을 지켜 본 필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나눔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고 있다. 나눔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날 가수 강수지의 찻잔을 구입한 김명배씨는 “후원도 용기가 있어야 된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나눔으로 행복해질 수 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권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필자는 ‘행복해지려 기부합니다’라는 저서에서 ‘어려운 일을 돕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도움을 주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을 나눔에 동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보람된 일이다’라고 언급한바 있다. 이제 기부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그 날 경매는 아름다운 신부의 센스 덕분에 매우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가수 테이의 바지와 목 베개 두 쌍이 96만원, 강수지의 찻잔이 50만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도자기가 500만원, 이외수의 그림이 1천만원에 경매됐다. 경매에 참여하신 많은 분들의 가치 있는 행동으로 결손가정 아이들이 겨울을 더 따뜻하게 보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준 그녀의 외침이 참 기분 좋게 한다.
/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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