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십년 사이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크게 늘었다. 필자가 의미하는 여성의 사회활동이란 ‘돈벌이’ 즉,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증가하였다는 통계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결혼과 동시에 ‘사회’에서 떠나 ‘가정’에 헌신하면서 잠시 잊고 있던 ‘자신’을 찾아 무엇인가 새롭게 도전하고 배우려는 열성적인 중년 여성들의 사회활동도 포함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인근 지역에 세워져 있는 여성회관이나 복지관, 각종 센터 등의 교양이나 문화 프로그램에 등록해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는 40~60대 여성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필자는 경기도의 가족여성과 관련된 정책 연구를 하고 있는데, 연구와 관련하여 도내 각 지역의 여성회관과 교육기관을 방문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여성회관이 지역사회 여성들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 왔음을 느낄 수 있다.
경기도내 시·군 여성회관은 1980년대 후반부터 지역에서 설립되기 시작하여 최근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2009년 현재 경기도에는 22개 시·군에 26개의 시·군 여성회관이 운영되고 있다. 지역마다 명칭도 다양하고 설립목적과 중점사업도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연간 작게는 800명에서 많게는 8천명에 육박하는 많은 지역여성들이 수강하고 있을 정도로 여성회관은 지역여성의 교육과 문화 활동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 여성회관은 그만큼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정 밖’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여성 사회문화 교육의 허브’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들 여성회관이 최근의 사회변화에 부응하여 그 기능을 날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사회변화에 부응하여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얼마나 잘 제공하느냐가 여성회관들의 당면 과제가 될 정도다. 그간 여성회관을 보는 관점이 여성사회교육기관, 여성지역복지관, 여성문화공간 등으로 다양했다면, 최근의 사회변화에 따라 여성회관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여성직업교육 강화로 급속하게 수렴되는 추세이다.
여성회관의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여성계몽을 위해 선교사 메리 놀즈(Mary Knowles)에 의해 1906년 원주에 세워진 ‘반열방’이 최초의 여성회관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회관의 직업교육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에는 당기는 힘과 미는 힘이 동시에 작용한다. 우선 굳이 저출산·고령사회에서 부각되는 여성인력의 중요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회적·개인적 측면에서 여성경제활동에 대한 요구가 날로 증가한다. 또 한 가지는 여성회관이 처음 설립되기 시작할 당시와는 달리 최근에는 취미·여가교육을 수행하는 곳이 공공기관을 포함해서 너무나 많이 생겨났다. 각 지역마다 설치돼 있는 주민자치센터나 문화취미교실에서 제공하는 취미·여가교육도 많은데 굳이 여성회관까지 직업능력 배양이나 직업교육이 아니라 사회문화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중산층 주부를 대상으로 문화나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한다면 ‘보편주의에 입각하여 국민의 세금을 형평성 있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지역 여성회관에 대한 기능전환의 요구가 거센 것은 이러한 맥락의 일환이다. 중앙정부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일부 여성회관에서는 직업교육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 또한 시·군 여성회관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직업교육을 위한 예산을 지원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마다 처한 경제적·사회적 상황이 각각 상이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여성회관을 직업교육기관으로 기능을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각 시·군 여성회관들이 모범적인 직업교육 활성화 사례를 개발하여 다른 시·군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작업이 이제야 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영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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