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장병들의 선행

천안함 사고로 온 국민이 비통해 하고 있다. 젊은 청춘들이 인생의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국가를 위해 자신을 던졌다.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장병들의 명복을 빈다.

 

천안함 장병들은 2001년부터 천안에 있는 소년가장을 돕기 시작해서 10년째 남모르게 나눔을 실천해 왔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어린이재단을 통해 어려운 아이들을 도왔다. 장병들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매월 후원금으로 전달했고 아이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 그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아이들을 천안함으로 초대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렇게 10년 동안 도움을 받은 아이는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서 성인이 되었다. 이들의 선행은 이번 사고를 통해서 우연히 알려지게 되었다. 천안함 장병들이 돕고 있는 아동이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게 되어 그 사실을 알려주고 새로운 아동의 추천을 위해 연락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선행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는 남몰래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다. 천안함 장병들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의 선행은 묻혀있지 않는다. 언젠가는 남을 도운 모범사례로 사람들이 기억하고 모방하게 된다.

 

나눔이란 무엇일까? 내가 나누는 것 이상으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름다운 행위다. 나눔은 어려운 아이들에게 꿈을 꿀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의 마음속에 자신감이라는 희망의 씨앗이 되어준다. 희망이 있는 아이는 자신들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어려움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능력을 키운다. 어려움이 있어도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한다.

 

천안함 장병들의 숨은 선행은 많은 국민을 감동시켰다. 국가는 젊은 인재를 잃은 슬픔에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가슴 아파했고,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품고 평생을 눈물로 보낼 것이다. 이 아픔, 이 슬픔을 나눔으로 승화시켰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그 빈자리에 나눔이라는 희망을 새로 싹 틔우는 것은 어떨까? 마음속에 새로운 자식을 키우는 것이다. 1분에 34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하고 하루에 5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이 짧은 순간에도 누군가는 목숨을 잃거나 위태로운 환경에서 겨우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천안함 장병들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그들의 도움을 받던 아이를 계속 돕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천안에 있는 한 여성단체에서 천안함의 선행을 이어가겠다고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아름다움이 감동을 낳은 순간이다. 나눔은 이처럼 행복한 바이러스로 우리 사회를 물들여야 하는데 실상은 부족함이 많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하루 한 끼 이상 굶거나 굶을 우려가 있는 아이들이 약 50만 명에 이른다. 매일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이들의 소망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복이 없어 쩔쩔매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가정형편이 좋은 아이가 헌 교복을 입으면 친구들이 멋있다고 치켜세운다. 그러나 결식아동이 헌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면 왕따 취급을 당한다. 이것이 어려운 아이들이 겪는 비애다. 빈곤가정 아이들이 대학을 가려면 공부라는 학업성적 외에도 등록금이라는 큰 장애물이 있다. 공부는 자신의 의지로 향상시킬 수 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처럼 어려운 아이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넘기 힘든 장벽이 되고 있다. 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적인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천안함 장병들의 소식으로 쓰리고 시린 아픔을 그들이 베풀었던 것처럼 나눔으로 채우자. 나눔은 슬픔을 아물게 하고 또 다른 아이의 생명에 무지개가 되어 줄 수 있다.  /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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