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아이들에게 1%는 자존심이다

월평균 3만원의 아동 후원금

미래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

아들이 일곱살 무렵이었다. 필자는 퇴근하면서 도시락이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집에 들어섰다. 아이는 아빠가 왔다고 아주 반갑게 달려왔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이를 안아 주려고 다가가는데 아이의 시선이 좀 이상했다. 아이들은 내가 반가운 것이 아니라 내 손에 들려 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보고 달려온 것이다. 아빠가 퇴근하면서 맛있는 것을 사 온 줄 알았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물건임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장난감이 있는 쪽으로 돌아가 버렸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직장을 잃거나 아니면 한 달 동안이라도 급료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유지돼 오던 모든 생활이 뒤죽박죽된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조차 풍랑을 만난 배처럼 중심을 잃을 것이다. 몇 개월 내에 직장을 구하더라도 그 동안 부족했던 생활비를 보충하려면 많은 고통이 따른다. 그리고 대기업 직원들이 500원 남짓 오른 밥값에 한숨을 쉰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구내식당에서 식단을 개선하면서 밥값을 2천500원에서 3천으로 올렸다는 내용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월 1만원 정도 추가비용이 드는 것에 몸을 사리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상황에서 어려운 아이들이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 봤다. 아이들이 매월 받는 후원금은 평균 3만원 정도다. 이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이 받는 급료의 1% 수준이다. 후원금이 매월 꾸준하게 들어온다면 아이들에게 적은 금액이 아니다. 소년소녀가장과 결식아동에게 지원되는 후원금은 지역이나 개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들에게 이 정도의 후원금은 단비와 같은 존재다. 준비물도 사고 용돈으로 사용하고, 반찬을 사거나 모아 두었다가 책을 구입한다. 좀 더 성실하고 계획적인 아이들은 일부를 모아두었다가 미래를 준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후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만큼의 수입이 줄어든다. 일반 가정의 한 달 수입이 들어오지 않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생활에서 직접 겪는 타격은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성인들이야 카드를 사용하거나 누군가에 빌리면 되겠지만, 아이들은 당장 학교 준비물과 반찬거리를 걱정해야 한다. 매월 3만원은 일반 가정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든든한 버팀목이다.

 

후원금은 금액보다 정기적으로 지원되어야 아이들이 계획적인 지출을 할 수 있다. 궁핍함이 몸에 밴 아이들은 욕구를 억누르면서 생활하고 있다. 자기의 욕구를 캡슐에 넣어 땅속 깊숙이 묻어둔 채 지낸다. 그런 생활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아버지 세대보다 훨씬 더 이기적인 요즘 아이들은 “밥 없으면 자장면 시켜먹으면 되잖아요” 라고 말한다. 기특한 생각이다. 그러나 어려운 아이들에겐 웃을 일이 못된다. 그들에게 자장면은 특식이다.

 

초등학생들이 받고 싶어 하는 용돈이 매월 3만~5만원임을 감안하면 3만원의 후원금은 값지다. 어린이재단에서 아이들이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 후원금의 46%를 학업보조비로 사용하고, 22%는 주·부식비로, 11%는 용돈으로, 21%는 나머지 생활에 활용하고 있었다. 이렇듯 후원금은 학용품비나 학교 준비물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후원금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냐는 물음에는 56%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대답했고 11%는 특기를 개발하는 데, 10%는 공부하는 데 의욕이 향상되었다고 했다. 이것이 나눔의 힘이다. 나눔은 내가 베푼 것보다 더 크게 반응하는 것이다. 어려운 아이들에게 1% 후원금은 생명이요, 자존심이다.  /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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