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8일 경기도가 주최하고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에서 주관한 ‘2010 남한산성 특별강연회’에서 초청강사인 Peter Bartholomew를 만날 수 있었다. 남한행궁 좌승당에서 진행된 이 특별 강연회는 우리민족의 전통건축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 가치를 되새기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남한행궁 좌승당의 품위 있는 자태와 초청강사가 펼쳐 보여주는 우리 한옥의 아름다운 모습은 참석자 전원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날의 초청강연자인 Peter Bartholomew는 왕립 아시아학회 한국지부 회장이며 이미 많은 한국인에게 ‘외국인한옥운동가’로 알려진 유명인사이다. 그를 유명인으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몇 해 전 동소문동 주민들과 같이제기한 ‘동소문동 재개발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여 우리 전통가옥을 지켜낸 외국인으로 알려지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68년에 스물다섯의 나이로 평화봉사단 활동을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을 계기로 한옥의 아름다움에 빠져 버린 그는 벌써 30년이 넘게 이곳에 살고 있다. 만국 공통어라고 하는 영어를 모국어로 가진 그는 강연전체를 구수한 우리의 한국어로 진행하여 그의 각별한 한국문화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했다.
강연의 중심 내용은 우리 전통가옥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에 관한 것이었다. 전통한옥은 흙, 나무 등을 사용하여집을 짓기 때문에 서양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고 기단이 높아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한옥의 지붕과 처마까지 이어지는 곡선미와 고고한 기품은 한옥만이 가진 아름다움이다. 남한산성 특별 강연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바쁘게만 살아온 한국인에게 스스로 소외시켰을지도 모르는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으며 먼 이국의 땅에서 이곳으로 이끌어 머물게 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법정분쟁까지 불사하게 만든 한국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해 정작 한국 자국민은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하게 하였다. 개발의 논리에 밀려 파괴되고 버려져 왔던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들을 뒤늦게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 가슴 한구석을 아프게 했다.
우리 문화재, 우리의 전통, 우리 집, 우리의 삶. 이제 우리가 지켜야 할 때가 아닐까? 부끄럽게도 먼 곳에서 온 이웃이 알려 주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소중한 것을 우리가 스스로 소중하게 지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몇 천 가구의 아파트 분양보다 이제 몇 천 년을 지켜가야 할 우리의 아름다움에 눈을 떠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영진 경기도 문화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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