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휴가’를 떠나보자

“방학 중에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후원자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다. 방학 중에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원봉사 활동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직장에 다니는 아빠가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딸과 함께 왔다. 아이들과 함께 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아빠도 휴가를 내고 자원봉사 활동에 함께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복지관에서 결식어르신과 아동들에게 보낼 점심 도시락을 직접 준비하고 주소와 약도만 들고 매일 세 가정을 방문해 도시락을 배달하는 활동 등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번 활동을 통해 이 가정의 아이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환경을 접하게 됐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아동들은 외진 곳이나 지하방 등에서 생활하거나 주소가 00동 산 00번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산 00번지는 대부분 무허가 주택이기 때문에 가가호호 번지가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전체가 산 00번지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아 집배원도 어려워 하는 지역이다. 또한 어르신들의 주거공간은 지하나 창이 없는 단칸방이 대부분이며 청소가 이루어지지 않아 악취가 코를 찌른다.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텔레비전을 통해 본 적은 있지만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일주일 동안 스물 한 가정의 어르신과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한 후원자 가족은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됐다. 반찬 투정을 하거나 매번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아이들에게 자원봉사 활동은 가치관을 변화시킬 만큼 소중한 경험이 됐다.

 

자원봉사 활동을 마친 큰 딸은 개학 후 학교에서 실시한 방학 중 체험활동 글쓰기 대회에서 전교 1등을 했다. 이 가족은 매월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기로 했고 부모를 포함해 아이들까지 모두 후원자가 되었다.

 

휴가 때 자원봉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아프리카 빈국 등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권하고 싶은 방법이 아니다. 나눔이나 자원봉사 활동은 그 자체가 순수해야 한다. 해외에서 하는 자원봉사 활동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봉사활동이라는 목적 하에 여행과 관광에 더 큰 비중을 두거나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인정받는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렇게 되면 해외 봉사활동을 한 번 나가기 위해 적금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해외 자원봉사 활동이 또 다른 계층화를 만든다면 자원봉사 활동의 고유한 가치는 멍들게 된다.

 

자원봉사 활동은 일방적인 베품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이해하고 체험을 통해 하나가 되는 소중한 만남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자원봉사는 기관에 피해를 주는 행위는 삼가야 하며 점심도 봉사자가 준비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봉사자는 기관과의 약속을 지키고 책임감 있게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봉사활동 중에 아이를 돕거나 선물을 전하고 싶을 때는 반드시 기관의 직원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도움을 준다는 순수한 의미가 도움을 받지 못하는 또 다른 아이에겐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나눔과 자원봉사라는 영역을 등한시하면서 가치 있는 삶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일상에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미 우리 시대의 최고의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눔 휴가’를 떠나보자.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이웃을 생각해보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보자. 아이의 꿈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우리의 삶도 풍성해지고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질 때마다 우리의 행복도 커져간다.

 

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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