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배려·노력하는 모습 필요 불공정거래 관행 사라져야
최근 들어 대기업을 질타하는 고위층들의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제주하계포럼’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고 사업파트너로서 배려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은 그동안 말썽이 많았던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대기업이 인하할 때, 대기업에게 입증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시했다. 또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제3자가 조사를 신청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상시적 신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임을 밝혔다.
정부에서 대기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너무 세게 나오자 오히려 중소기업 측에서 대기업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오전에 중소기업중앙회가 ‘공정거래 촉구’ 기자회견을 하게 되어 있었으나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행사 자체를 돌연 연기했다. 당초 중앙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해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관행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정부의 조치와 대기업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예정이었다. 기왕 형성된 중소기업 지원 분위기를 몰아 정부로부터 확실한 대책을 받아내야 할 중앙회가 대기업 눈치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비난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도산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고의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했고, 금년 상반기에도 기대 이상의 경영성과(어닝서프라이즈)를 내고 있다. 대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노력 외에, 우리 정부의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막대한 경기부양 자금이 집행되었고,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들은 고환율의 덕을 톡톡히 봤기에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친기업, 비지니스프렌들리 정책을 표방한 현 정부는 대기업의 성장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중소기업과 서민들도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점을 국민들에게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은 더 악화되고, 대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깎는 관행이 오히려 심화되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게 환율인상을 납품단가에 반영시켜 주기보다는 거래중단 위협으로 오히려 단가를 깎는 상거래 관행의 문제점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소기업 체감경기와 애로사항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매출액과 가동률 측면에서는 금년 들어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소기업 가동률은 68%였으나, 금년 2/4분기 평균 74%로 높아졌다. 하지만 낮은 수익성 등으로 체감경기의 개선은 아직 부족하며, 응답 업체의 50.3%만이 지난해보다 경영상황이 개선됐다고 응답할 정도로 대기업에 비해 경영상의 회복속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긴장관계는 어느 국가에서나 있지만, 이번 논란이 자칫 대·중소기업간 대립관계로 악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경제 발전에 대기업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정부와 사회의 질타에 억울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불량부품으로 회사가 위기를 겪는 토요타 사태에서 보듯이, 대기업도 중소기업과의 상생 없이는 생존이 어렵게 된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나서서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애는 노력과 올바른 관행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게 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파급영향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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