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아이가 물에 빠졌다. 아이는 수영을 할 줄 모르고 주변에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오직 당신만이 아이가 물에 빠진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대로 둔다면 아이는 물에 빠져 죽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 지체할 시간이 없다. 당신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어쩌면 당신은 새로 산 구두와 옷이 물에 젖을까봐 머뭇거릴지도 모른다. 내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냥 지나치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외면한다면 당신은 평생 가슴에 멍에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책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의 저자 피터 싱어는 이런 상황에서는 당장 물 속에 뛰어들어 아이를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구하는 일이 중요한 약속이나 옷이 물에 젖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고 인간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즉 기부를 당장 실천하라는 것이다. 매년 1천8백만명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이 세상에 우리는 함께 살고 있다. 나 한 사람의 기부로 인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과 적은 금액으로 기부해본들 바다에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것과 같이 별 변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러나 큰 금액을 기부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므로 여전히 더 많은 기부가 필요하다. 적은 금액이라도 우리가 더 많이 기부할수록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생명은 늘어난다. 구할 수 없다고 시도하지 않는 것은 물에 빠진 아이를 보고도 지나치는 반인륜적인 행위다.

 

年 1천8백만명 빈곤으로 죽어가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일상에 매우 무감각하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점심 값과 비슷한 비용을 쓴다. 꼭 필요하지 않은 곳에 지출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출습관은 일상이 되었다. 이 자연스러운 행동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습관적인 지출을 줄여 가난한 사람을 돕자고 주장하고 싶다.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절대빈곤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지금 가장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고 하더라도 절대빈곤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동안 죽어간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절대빈곤으로 죽어가고 있다. 하루 1.25달러로 전 세계 14억 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돕는 데 미국인 95%가 소득의 5% 이하만 기부하면 절대빈곤을 많이 줄일 수 있는 비용이 된다.

 

동시대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

우리는 왜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 싱어는 우리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절대빈곤의 덫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세계인으로서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고 인간적으로 올바른 윤리적인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 모두가 더 많은 소득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일깨우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매일 사는 생수 한 병 값보다 적은 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10억 명이나 있다. 그리고 지난 반세기 동안 빈곤 때문에 죽는 사람의 수가 현저히 줄긴 했지만 거의 천만 명의 어린이들이 매년 피할 수 있는 죽음을 맞아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어린이재단은 KBS와 함께 세계 최빈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10개 나라의 빈곤아이들을 돕는 ‘희망로드 대장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아이들을 돕는데 국민들의 참여가 높아 마음이 참 즐겁다. 당신이 내미는 손길이 가난한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권혁철 어린이재단 후원자 서비스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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