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명하옵신 억조창생의 대군주, 정조대왕 전하의 8월8일(음력 6월28일) 210주년 기신제 제향봉행을 맞아 삼가 추도문을 올립니다. 전하옵께서 연부역강한 보령에 홀연히 승하하신지 210년이 되옵니다만, 창생은 아직도 전하의 치세에 살고 있는 듯 하옵니다. 공리공론을 넘어선 대왕의 실학사상은 오늘날에도 실사구시의 정치지표가 되고, 붕당의 폐해를 없앤 탕평책은 현세에도 정당의 붕당화를 일깨운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만석거와 서호의 대규모 수리시설로 이룬 농업경제 혁신은 과학영농의 효시라 할 것입니다. 또한 규장각을 세우고 임진자, 정유자 등 새로운 활자 기술로 이룩하신 학문적 황금문화는 오늘날 여러 면에서 국보로 자랑되고 있습니다.
대왕이 친히 지으신 ‘부모은중경’은 시대를 초월한 전교일 뿐만 아니라, 전하께서 생전에 장헌세자 마마와 혜경궁 마마 두 부모님께 행한 불세출의 효행은 대왕이 붕어하신 이후, 장구한 세월에도 살아 숨 쉬는 창생의 교범이 되고 있습니다.
이만이 아니라, 서얼제도 타파 등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걸친 전하의 과감한 개혁정신은 현세 역시 부하 받고 있는 소명이라고 믿습니다.
어찌 이만이겠습니까. 대왕이 기호의 큰 진으로 축성하여 오늘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시의 화성 및 화성행궁과 화성시의 융건릉 능침이며, 효 사찰 대본산 용주사와 오산시의 유서 깊은 세마대 등은 창생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습니다.
대왕의 붕어는 오호 통재라! 너무도 불행한 국상이었습니다. 전하께서 십년만 더 재위 하셨더라도, 어의를 굳히셨던 치적이 더욱 결실되어 역사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대왕의 개혁은 일본의 명치유신을 약 반세기나 앞섰던 선각인의 웅지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역사의 가설은 부질없지만, 역사의 교훈을 얻는 것은 슬기라 할 것입니다.
전하의 어가 행차에 백성의 곡식 한 톨 밟지 않도록 하신 성덕은 ‘화성기적비문’이 전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계몽군주의 민본주의를 활짝 꽃피우신 위대한 대왕이시어! 창생을 어여삐 여긴 어질고도 영명하신 성덕을 어찌 필설로 다 말씀드릴 수 있으리이까. 현세의 창생 또한 전하의 음덕을 입고 있음입니다.
조선왕조 열성조의 능원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이 된 융건릉이며 용주사는 내국인들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많은 외국인 또한 찾아 경배하는 역사문화의 전당으로 명소가 됐나이다. 아울러 후대에 전할 성역화사업이 추진되고 있나이다.
대왕이시여, 지금 용주사 이곳은 전하께서 생전에 수차 친림하셨던 곳입니다.
이에 후세가 전하의 210주년 기신제를 맞아 성심을 다한 제향을 봉행하고 있사오니 기꺼이 흠향하옵소서. 부디 가납하옵소서. 끝으로 또한 삼가 엎드려 발원하오니 창생을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길을 인도해 주소서.
말씀은 다 올렸으나 뜻은 다 하지 못한 ‘사진의부진’의 심경으로 아쉬움을 가지며, 삼가 추도문을 이에 갈음하옵니다. 이지현 경기문화연대 공동대표·제9대 혜경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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