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 쉼터, 아웃리치 기능 확대를

해마다 수만 명의 청소년들이 집을 떠나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역 주변의 번화가나 공원 근처에 가보면 배회하는 아이들이 아주 쉽게 눈에 띈다. 청소년 가출은 가족의 보호로부터 이탈된다는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지만, 가출 후에 발생하는 위기상황에 그 심각성이 내재되어 있다.

 

최근의 청소년 가출 동향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가출 연령이 낮아지고 장기화되며, 상습적인 가출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위험 상황에 대한 노출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최초 가출 경험이 초등학생 시기로 낮아지는가 하면, 가출과 귀가를 반복하는 상습적 가출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가출이 장기화되면서 거리의 청소년들은 범죄의 대상인 동시에 생존형 범죄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가출 후에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인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들은 폭행, 금품 갈취, 절도 등에 가담하기도 하고, 여자청소년의 경우 성매매 노출이 가출 전과 비교하여 월등히 증가한다. 또한 이성과의 혼숙, 성관계, 성인 유흥업소 취업 및 성매매 비율이 높아지며, 그로 인하여 각종 감염이나 임신, 낙태, 출산 등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극도로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지속되어 가출 후 자살 시도 비율은 가출 전과 비교하여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장기화·상습화된 청소년 가출은 쉽게 신고조차 되지 않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가출청소년 신고 및 실종 아동 신고 체계로는 정확한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청소년이 절반 이상이고, 가족들도 이들을 신고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누구에 의해서 신고도, 발견도 되지 않는 이들 ‘거리 청소년’들은 심각한 위험 상태에 빠지기 전까지 자발적으로 청소년쉼터를 찾는 일이 드물다. 상담소나 청소년쉼터 이외에는 특별한 도움을 요청할 만한 곳이 없으며, 그나마 열악한 쉼터 환경과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통제나 규율이 이들에게는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여 쉼터 이용을 망설이게 한다.

 

이제는 청소년 가출의 심각성을 되짚어 보고 이들의 가출이 장기화되고 상습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 초래되기 전에 적절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가출·노숙·부랑 청소년을 발견하고 관리하는 종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별 거점 쉼터에 아웃리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청소년쉼터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사각지대의 위기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정보와 자료의 적극적인 공유가 필요하며, 청소년 긴급전화 1388과 아웃리치 기능을 담당하는 쉼터의 긴밀하고 신속한 연계 또한 요구된다. 현장 중심의 선도와 긴급구호 확대를 위해 청소년쉼터의 아웃리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쉼터 종사자들의 2교대 근무가 가능하도록 인력 충원 및 열악한 근무 환경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필자는 쉼터 이용을 주저하는 가출 청소년을 위한 대안으로 현행 청소년쉼터의 새로운 기능 모색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연구를 하다 보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고 쉼터 지도자의 감독과 최소한의 통제조차 싫어서 쉼터 이용을 꺼리는 청소년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들은 거리를 배회하고 노숙하다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따라서 가출 청소년들이 좀더 자유롭게 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어떠한 통제나 규율에 저해 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최소한의 숙식과 필요한 욕구 해결이 가능한 쉼터를 운영한다는 것은 가출 청소년들 선도에 효과적인 방편이 될 수 있다.

 

선진 외국의 성공사례에서처럼 청소년의 욕구와 눈높이에 맞는 공간설계와 일정 프로그램이 가미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전경숙 道가족여성연구원 가족보육청소년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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